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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실전 싱글기] 홀로들이여, 명절 고통 지나면 좋은 날 온다

등록 2018-09-28 20:55수정 2018-10-01 15:32

진정한 홀로 생활을 만끽하려면 명절마다 닥치는 고비를 잘 견뎌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진정한 홀로 생활을 만끽하려면 명절마다 닥치는 고비를 잘 견뎌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토요판] 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11. 명절에 대처하는 자세

“지은씨도 연휴에 시월드 가시나?”

추석 연휴 전날 한 선배가 물었다.

선배가 괜히 민망해할까 봐 “아니요~~”하고 말았다.

“저 홀로거든요!!!”

“‘홀로’ 칼럼 쓴 지 1년이나 돼 가거든요!!!”

라고 말하면 흔히들 두 가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히스테리 부린다고 생각하거나 안쓰럽다고 느끼거나.

하지만 선배의 ‘망언’ 덕분에 문득 깨닫게 된 사실. 이런 질문에 은근 노련해졌다는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또 시작됐군’, ‘나이 찼다고 결혼했을 거란 편견은 버려!’, ‘나 결혼 안 했다고 하면 미안해하겠지’ 등 백만 가지 생각을 관통한 뒤 배려 돋게 대처했다. “배려는 무슨, 이골이 난 거지”라고 유부녀 언니는 말하지만.

명절만 되면 무슨 지침서처럼 솔로들을 위한 기사가 쏟아진다. ‘솔로들을 위한 현명한 명절 나기’, ‘솔로들이여 피할 수 없다면 명절을 즐겨라’, ‘솔로들을 위한 명절 10가지 대처법’ 등. 무슨 웬수지간도 아니고, 어쩌다 솔로들은 명절과 겨뤄야 하는 관계가 됐나.

어쨌든 진정한 ‘홀로’로 거듭나려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명절을 이겨야 한다. 글로 배우는 노하우 다 필요 없다. 그냥 홀로 생활이 길어지면 이후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쌓이면 상황에 맞는 수를 두는 알파고처럼.

초창기 때는 당황하지만 괜찮다. “결혼해야지”, “남친은?”, “점 보러 갔더니 너 내년에 결혼한단다”, “너무 고르지 마라” 따위의 질문에 그냥 “네네”, “만들어야죠”, “아하~” “아니에요”라고 대꾸하게 된다. 이때는 가족 친지의 질문도 호의적이다.

홀로 생활이 조금 더 이어지면 ‘욱’하기 시작한다. 질문도 공격적이 된다. “남들 다 하는 연애도 못 하고”, “눈 높은 거 아니냐”와 같은. 왜 결혼 안 하는 게 ‘내 탓’이 되는 거지? 그래도 똥 씹은 표정을 하고서라도 가족의 평화를 위해 “하하하”하고 어물쩍 넘기게 된다.

문제는 다음 단계인데,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온다. “좋다는 놈 있으면 훅 자빠뜨려라”, “너 좋다는 놈 하나 없냐”, “요즘은 임신이 혼수라더라” 등 말도 안 되는 말에, ‘말을 말자’ 주문을 걸다가 이내 “아 정말”이라며 발끈하고 만다. 내가 나를 이길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이후 대부분의 홀로들은 명절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느끼게 된다. 여행을 다니며 이게 진짜 홀로의 여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명절에 진 거다.

진정한 홀로 생활을 만끽하려면 이 고비를 잘 견뎌야 한다. 이 단계가 지나면 가족 친지도 별말을 안 한다. 왜? 포기하기 때문이다. “원래 안 하는 애”, “쟤는 안 한다네”라며 묻지도 않고 알아서들 정리한다. 관심사에서 벗어난다. 관심은 이제 1단계에 접어든 다른 홀로에게 향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명절에 모이는 ‘딸’들이 하나둘 사라지게 되면 남아 있는 ‘나’의 소중함을 느끼게도 된다. “그래 너라도 있으니.” “그래, 결혼하면 잘 보지도 못할 텐데.” “그래 엄마랑 쭉 살자.” 홀로 남은 딸이 그리 이쁠 수가 없는 순간이 온다.

그러니 홀로들이여, 명절 별거 아니다. 고통이 지나면 좋은 날 오니 명절에 집에 꼬박꼬박 가자. 엄마 아빠가 그리워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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