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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상은 무서운 사람” “어디 감히 삼성 부회장이”… MB의 말말말

등록 2018-10-05 09:53수정 2018-10-05 17:22

[5일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삼성 사면 대가 뇌물 혐의 모욕적”
“다스혐의도 보통 상식으로 납득 안 가”
재판 내내 혐의 전면 부인

다스·도곡동땅 실소유주 의혹 적극 반박
검찰 피고인 신문에선 50여분간 침묵

5일 1심 재판 불출석 뜻 밝혀
“법정 생중계, 국격·국민단합 해칠 것”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의 선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은 마무리된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누구 것인가’ 질문을 둘러싼 혐의 7가지 등 16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해 150여일 동안 29차례 진행된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직접 작성해온 원고를 읽어내려가거나 10여분 넘게 즉석 발언하며 검찰의 기소가 터무니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주요 발언을 모아봤다.

■ “모욕”에서 시작해 “치욕”으로 마무리 5월23일 구속된지 62일 만에 ‘수인번호 716’ 배지를 달고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무리한 기소가 됐다고 생각한다. 검찰 자신도 속으로 인정할 것”이라며 “30여년간 회사(다스) 성장 과정에서 가족들 사이에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그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온당하냐”고 자신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검찰 판단을 강하게 부정했다. 또한 “사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적이고 모욕”이라고도 했다.

지난 6일 150여일 동안 재판 과정을 마무리하는 결심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200자 원고지 22장 분량의 최후진술을 읽어내려갔다. “전임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선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운을 뗀 이 전 대통령은 16분 동안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 업적, 재임 시절 치적도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쪽 강훈 변호사는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이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어린 시절 혹독한 가난 속에서도 남의 것을 탐한 적 없고, 젊은 날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운동에 앞장서 감옥에 갔지만 불의와 타협하거나 권력에 빌붙어 이익을 구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역사상 최대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이를 경계하며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다. 뇌물 대가로 삼성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터무니없는 의혹을 근거로 기소한 것에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 다스 소유권 관련 혐의도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9월6일·26회공판)

■ ‘투머치토커’였지만 피고인 신문서 ‘묵묵부답’ 이 전 대통령은 26차례 열린 재판에서 종종 발언에 직접 나서 각종 의혹을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은 다스 회장은 무서운 사람”이라며 18분 동안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부인하고 “어디 땅 살 데가 없어서 현대 체육관 담벼락 옆에 붙은 땅을 사서 갖고 있겠느냐”며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에 강하게 반발했다. 공직 임명 대가로 금품을 건넸다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에 대해선 “거짓말 탐지기를 해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학수가 대학 후배라는 말만 들었지 대통령 퇴임까지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 없다. 5년 동안 청와대 본관에 기업인이 한 사람도 들어온 적 없다. 이건희가 왔다면 모르겠지만 이학수를 대통령 방에 데려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어디 삼성 부회장이 약속도 없이 들어오나.” (5월23일·1회공판)

“경리과장, 운전기사들이 이상은 회장은 (다스에) 관심도 없는 것 같으니 (다스의) 원래 주인이 아닌 것 같다는 뉘앙스로 말하는데, 그 사람들이 그 위치에서 자세한 걸 알 수 없다. 이상은 회장을 이 사람들이 잘못 파악한 것이다. 무서운 사람이다, 이상은 회장이. 내 소유의 내 회사인데 (굳이) 내 거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6월7일·3회공판)

“(이팔성 전 회장이) 어떻게 하다가 나를 궁지에 몰기 위해서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나 하는 선의로 생각해본다. 그런데 정말 너무 얼토당토않다. 차라리 이팔성씨를 불러다 거짓말 탐지기 해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갖고 있다.” (8월17일·20회공판)

하지만 검찰이 피고인 신문에 나설 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9월4일 검사가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려 하자 이 전 대통령쪽 강훈 변호사는 “검찰의 모든 신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주장한 것과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사와 다른 점을 묻고 싶다”며 검사가 신문을 진행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묵묵부답인 채 안경을 닦고 기침을 하거나 물을 마셨다. 검찰은 “대통령 지위에 있던 분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런 성격의 사건에서 답변을 안 하는 것 자체가 조서로 남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50여분 동안 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 75개를 던졌다.

-“피고인은 (형) 이상은씨가 주도해서 다스를 설립했고, 자세히 (사정을) 모른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

=(침묵)

-“피고인은 유명로펌이 왜 비용을 받지 않고 다스 미국 소송을 도와준다고 이해했나”

=(침묵)

-“청와대 관련자가 법무부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꼭 (사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나”

=(침묵)

-“이팔성씨와 만난 것은 자금 지원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 아닌가”

=(침묵)

지난 5월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5월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닮은꼴’ 선고공판 불출석 5월28일 이 전 대통령이 ‘건강이 좋지 않아 재판부가 요청할 때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오겠다’며 재판에 불출석하자 재판부가 “피고인이 스스로 재판 출석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기일마다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정계선 부장판사는 “전직 대통령께서 이런 법률적 의무를 다 아시고 (불출석을) 결정하신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피고인의 출석 필요 여부는 재판부도 그렇고 피고인 스스로도 결정한 권한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후 6월4일 재판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사람이 잠을 안 자도 살 수 있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건강상 어려움을 거듭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간혹 몸을 틀어 기침하고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11차례 기일이 변경됐다.

이 전 대통령은 5일 1심 선고공판에 불출석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쪽은 재판부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법원의 선고공판 생중계 허가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법원은 지난 2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이 전 대통령의 선고 중계방송을 허가한 바 있다. 법원 카메라로 이용해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을 촬영하고, 선고 진행 중에는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의 모습을 촬영할 계획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4월6일 1심 선고공판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한 바 있다. 다음은 이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 취지다.

법원의 중계 허가는 대통령의 법정 입장 모습, 퇴정 모습까지 촬영하도록 되어 있다. 전직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국민들이나 해외에 보여 주는 것은 국격의 유지, 국민 단합을 해치는 것이 될 것이다. 선고는 공개법정에서 공소사 실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는 것으로 유·무죄에따라 각각 불만을 갖는 사람들의 과격행동도 있을 수 있는데, 대통령의 경호문제도 염려될 뿐 아니라 그런 행동을 저지하거나 하는 모습이 중계로 비춰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선고시간이 2시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현재 건강 상태가 그 시간 내내 법정에 있기 어렵고, 중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지를 요청하기도 어렵다.

고한솔 김민경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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