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스 실소유 논란 22년
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가 5일 ‘다스는 누구의 것이냐’라는 온 국민의 질문에 ‘엠비(MB·이명박)가 주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22년간 이어진 길고 긴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통해 정리됐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처음 불거진 때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이 전 대통령은 15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다섯달 뒤 그의 비서관이었던 김유찬씨가 ‘다스’의 존재를 처음으로 대중 앞에 드러냈다. 그는 당시 ‘총선 때 쓴 여론조사 비용 등 선거자금이 대부기공(2003년 다스로 사명 변경) 자금에서 나왔다’고 폭로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인 벌금 400만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당시 대부기공 대표이사였던 큰형 이상은씨는 “동생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한 뒤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로 올라선 계기가 됐던 2002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도 다스의 ‘조력’이 주목받았다. 당시 대부기공 아산공장 관리팀장이었던 신학수(이후 청와대 민정1비서관)씨가 그해 2월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이 전 대통령 책을 배포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는 서울시장 출마 기자간담회,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 선거사무실 임대차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했지만 월급은 대부기공에서 받았다. 하지만 당시 대부기공 관계자들은 미리 짠 듯 대부기공과 선거자금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진술로 일관했고,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1996년 국회의원 종로 재선 때
“여론조사 자금 다스에서” 첫 폭로 2002년 서울시장 선거도 불법 지원
아산공장 관리팀장 신학수 재판에
다스와 선거자금 관련성 부인 무죄 2007년 한나라 대선 때 다시 논란
‘다스 밑천’ 도곡동 땅·BBK 시끌
검찰 “둘다 이명박 소유 아니다”
2008년 정호영 특검도 면죄부
꼬리곰탕 함께 먹으며 MB 조사 뒷말 10년 뒤 김성우·김백준·이병모…
최측근 180도 진술 바꿔 “엠비 것” 다스가 모든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왔을 때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피 말리는 경선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다스 설립 밑천이 된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뭐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뭐 비비케이(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어차피 당선될 이명박을 확실히 밀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당시 검찰은 “형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것일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는 근거 없다”는 애매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어진 대선 본선에서도 비비케이 사건이 터지며 다스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재미동포 김경준씨와 손잡고 엘케이이(LKe)뱅크를 설립했는데, 다스는 비비케이와 엘케이이뱅크를 통해 190억원을 투자했다.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검찰은 “비비케이는 이명박 소유가 아니다” “다스도 이명박 소유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출범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재수사도 같은 결론을 냈다. “도곡동 땅은 김재정·이상은 공동 소유”이며 “다스 주식을 이명박이 차명 소유한 사실이 없다”고 못박았다. 정호영 특검은 피의자인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꼬리곰탕을 먹으며 ‘조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이광범) 때도 다스가 언급됐다. 퇴임 뒤 지낼 자택 터로 서울 내곡동 땅을 2011년 초 샀는데, 구입 자금을 아들 이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나눠 냈다.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던 이시형씨는 “큰아버지(이상은)한테 6억원을 빌렸다”고 해명했다. 또다시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차명 회사’이고, 6억원도 다스 비자금일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사저 특검이 다스 실소유주 여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처럼 20여년 이어져온 합리적 의심은 올해 초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다스는 누구 것이냐’를 묻는 국민적 질문이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물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엠비(MB) 최측근’들이 과거 자신의 진술을 180도 바꾸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관련 ‘비리 저수지’로 판단한 서울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해 대통령 재직 때 청와대가 다스와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들을 확보했다. 검찰 수사 의지도 과거와 달랐다. 검찰은 과거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이 전 대통령과 다스의 관계는 33년 전에 시작됐다. 1985년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관리부장이던 김성우에게 다스 설립을 지시하며 창업 자금 3억9600만원도 100% 부담했다. 이후 대통령 당선 즈음까지 다스 결산 내역, 자금 운용, 대규모 설비투자 등 주요 현안을 수시로 보고받고 처리 방향을 지시했다. 아들 이시형씨가 다스에 입사(2010년 8월)한 이듬해인 2011년 1~2월부터는 대표이사가 주요 사안을 결재하기 전에 아들의 합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후계구도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검찰은 지난 4월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 이렇게 썼다. “2008년 대통령 임기 시작 전 대법원에 소송이 제기됐다면 당선 무효가 될 수 있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여론조사 자금 다스에서” 첫 폭로 2002년 서울시장 선거도 불법 지원
아산공장 관리팀장 신학수 재판에
다스와 선거자금 관련성 부인 무죄 2007년 한나라 대선 때 다시 논란
‘다스 밑천’ 도곡동 땅·BBK 시끌
검찰 “둘다 이명박 소유 아니다”
2008년 정호영 특검도 면죄부
꼬리곰탕 함께 먹으며 MB 조사 뒷말 10년 뒤 김성우·김백준·이병모…
최측근 180도 진술 바꿔 “엠비 것” 다스가 모든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 건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왔을 때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피 말리는 경선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다스 설립 밑천이 된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뭐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뭐 비비케이(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어차피 당선될 이명박을 확실히 밀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당시 검찰은 “형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것일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는 근거 없다”는 애매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어진 대선 본선에서도 비비케이 사건이 터지며 다스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재미동포 김경준씨와 손잡고 엘케이이(LKe)뱅크를 설립했는데, 다스는 비비케이와 엘케이이뱅크를 통해 190억원을 투자했다.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검찰은 “비비케이는 이명박 소유가 아니다” “다스도 이명박 소유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출범한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재수사도 같은 결론을 냈다. “도곡동 땅은 김재정·이상은 공동 소유”이며 “다스 주식을 이명박이 차명 소유한 사실이 없다”고 못박았다. 정호영 특검은 피의자인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꼬리곰탕을 먹으며 ‘조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이광범) 때도 다스가 언급됐다. 퇴임 뒤 지낼 자택 터로 서울 내곡동 땅을 2011년 초 샀는데, 구입 자금을 아들 이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나눠 냈다.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던 이시형씨는 “큰아버지(이상은)한테 6억원을 빌렸다”고 해명했다. 또다시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차명 회사’이고, 6억원도 다스 비자금일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사저 특검이 다스 실소유주 여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처럼 20여년 이어져온 합리적 의심은 올해 초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다스는 누구 것이냐’를 묻는 국민적 질문이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물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엠비(MB) 최측근’들이 과거 자신의 진술을 180도 바꾸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관련 ‘비리 저수지’로 판단한 서울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해 대통령 재직 때 청와대가 다스와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들을 확보했다. 검찰 수사 의지도 과거와 달랐다. 검찰은 과거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이 전 대통령과 다스의 관계는 33년 전에 시작됐다. 1985년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관리부장이던 김성우에게 다스 설립을 지시하며 창업 자금 3억9600만원도 100% 부담했다. 이후 대통령 당선 즈음까지 다스 결산 내역, 자금 운용, 대규모 설비투자 등 주요 현안을 수시로 보고받고 처리 방향을 지시했다. 아들 이시형씨가 다스에 입사(2010년 8월)한 이듬해인 2011년 1~2월부터는 대표이사가 주요 사안을 결재하기 전에 아들의 합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후계구도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검찰은 지난 4월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 이렇게 썼다. “2008년 대통령 임기 시작 전 대법원에 소송이 제기됐다면 당선 무효가 될 수 있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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