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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혐의 더해져도 재벌은 집유·석방…법원의 ‘2심전심’

등록 2018-10-09 15:15수정 2018-10-09 18:43

[현장에서]
2심 재판부 신동빈 '집행유예'로 석방
뇌물·배임까지 인정, 형량은 1심보다 적어
'고법디스카운트 관행' 부른 법원 관료화
고등부장승진제 폐지 등 고법 개혁 주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모두의 시선이 ‘다스 실소유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징역 15년 선고에 집중된 그 시각,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석방했다. 재벌에 유독 관대한 법원 판결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언론도 신 회장이 어떻게 풀려났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집행유예 사실만을 ‘담담하게’ 전했을 뿐이다. 신 회장을 풀어준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신 회장이 롯데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청탁의 대가로 최순실씨가 지배하던 케이(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했다. 뇌물이라는 얘기다. 뇌물에 배임 혐의까지 인정됐는데 형량은 되레 1심보다 줄었다. 추징금 70억원까지 취소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고 엄벌에 처한 1심과 달리 유독 2심에서 재벌 총수들을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있는 ‘현상’은 의미심장하다.

법원도 재벌에 ‘솜방망이 판결’을 하는 게 사법에 대한 국민신뢰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정찰제 3·5 판결’(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극에 달했던 2006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고법 부장판사 승진자들에게 “남의 집에 들어가 1억원어치를 훔친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판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 놓고 200억, 300억원씩 횡령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수긍하겠냐”고 질타했다. 이듬해 전국 법원 형사항소심 재판장들은 화이트칼라 범죄 항소심에서 1심 형량을 이유 없이 깎아주던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고법 디스카운트 관행’이 되살아난 것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가속화한 법원 관료화와 무관하지 않다. 고등부장 인사권을 쥔 제왕적 대법원장 아래에서 기업에는 관대하고 노동자에게는 가혹했던 대법원 판결 흐름을 하급심에서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 고법 부장판사 대부분이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승진한 이들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 내 반드시 하겠다”고 공언한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3명의 고법 판사로만 꾸려지는 대등재판부 설치, 고등법원-지방법원 이원화 등 고등법원 개혁 방안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눈치 보지 않는 소신 재판, 실질적인 3자 합의, 법원 세대교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좋은 재판’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재판은 판사의 양심에 따라 하는 것이지만, ‘유전무죄’라는 국민의 의심을 지우는 엄중한 일에는 과거의 틀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제도개혁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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