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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채용비리 첫 배상판결 …법원 “금감원, 공정한 평가기회 박탈”

등록 2018-10-13 05:00수정 2018-10-13 11:26

법원 “지원자 상실감 회복 어려워
피해자에 8천만원 손해배상하라”
금감원, 최고점 등 일부 지원자 골라
신입공채에 예정 없던 평판조회 실시
허위 학력 3등은 “영향없다”며 합격
재판부, 채용 요구엔 “어렵다” 판단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겨레> 자료사진.
“아빠가 아는 사람이 부원장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물어봐야지” “국장급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대 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했대”.

금융감독원(금감원) 5급 신입공채에 지원한 ㅂ씨는 아직 채용심사가 진행 중이던 2015년 12월 자신의 채용이 사실상 결정됐다는 취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자친구에게 보냈다. 실제 필기·면접 점수로는 탈락 대상이었던 ㅂ씨는 최고점을 받은 ㅇ씨와 차점자 ㅈ씨를 제치고 최종합격했다. ㅇ씨는 채용비리로 탈락했다며 금감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오성우)는 금감원은 ㅇ씨의 정신적 고통 등을 참작해 8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기관·기업을 상대로 한 첫 배상 판결이다. 재판부는 “청년실업이 만연해 있는 현재 채용비리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채용 절차가 객관성·공정성을 상실한 채 자의적으로 운영될 경우 불이익을 받은 지원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금전적 배상으로도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ㅇ씨는 2015년 9월 금감원의 ‘2016년 5급 신입공채’ 소식을 듣고 금융공학 분야에 지원했다. 필기시험과 1·2차 면접을 거쳐 최종면접에 오른 사람은 ㅇ씨(총점 135점), ㅈ씨(131.9점), ㅂ씨(127.1점) 3명이었다. 전년도 필기전형에 불합격한 뒤 찾아온 기회였다. 채용 예정 인원이 2명이었던 만큼 금감원은 ㅇ씨와 ㅈ씨를 최종합격자로 분류했다.

합격자 결정 전결권을 쥔 수석부원장이 포함된 면접위원들은 갑자기 직장 근무 경력이 있는 지원자 일부만 골라 ‘이전 직장 평판조회’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ㅇ씨가 불과 4개월 일한 전 직장에서 “패기나 열정이 없다. 전문지식도 매우 부족하다. 우리라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직장은 재판 과정에서 “금감원 평판조회에 회신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반면 금감원은 ㅂ씨가 지원서에 학력을 허위로 적었는데도 “합격선에 영향이 없다”며 뭉갰다. ㅂ씨는 서울 소재 대학교를 나왔는데 지원서에는 대전 소재 대학을 졸업했다고 적었다. ‘지방인재’로 분류되면 채용에 유리하다. 면접위원들에게는 ㅂ씨가 ‘지방인재’라고 표시된 참고자료가 제공됐다. 결국 ㅂ씨는 금융공학 분야에서 유일하게 최종합격했다. 재판부는 “금감원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감독기관으로서 선망받는 직장이다. 채용 절차에 있어서 기대되는 객관성 및 공정성의 수준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ㅇ씨가 객관성·합리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평판조회 결과만으로 자신의 노력에 대해 공정한 평가 기회를 박탈당해 느꼈을 상실감과 좌절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ㅇ씨의 채용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용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다 해도 신체검사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어 당연히 최종합격됐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금감원은 피해자 구제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송 결과를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만 했다. ㅂ씨에 대해선 “감찰을 통해 부정채용자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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