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여대 캠퍼스 내에서 나체 상태로 음란행위를 하고 있는 사진과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랐다. 일상의 공간에서 행해진 광범위한 성폭력에 여대생 등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6일 트위터 계정 @야노**(dish******)엔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의 강의실, 화장실, 정수기 옆 등 학교 곳곳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자신의 알몸을 찍은 사진이 수차례 올라왔다. ‘어느여대에서’라는 해시태그를 단 해당 사진에는 검은 모자를 쓴 남성이 대낮에 나체 상태로 강의실 책상 등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찍혀 있다. 해당 계정엔 동덕여대 뿐만 아니라 건국대와 서울의 한 중학교,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공원, 광진구 지하상가 등으로 추정되는 서울 전역 곳곳에서 촬영한 사진이 ‘#야노’ ‘#야외노출’ 등 해시태그를 단 채 게재됐다. 이 계정은 현재 일시정지된 상태다.
지난 6일 트위터의 한 계정에 한 남성이 동덕여대 강의실 등에서 나체 상태로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트위터 SNS 갈무리
해당 사건의 공론화에 나선 동덕여대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난 13일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자신을 동덕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동덕여대 불법 알몸촬영남 사건. 여성들의 안전권보장,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인은 “학교 강의실, 복도 등에서 알몸으로 찍은 사진들과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며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서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지 모른다”고 분노했다. 청원인은 “지금 동덕여대생들은 큰 혼란에 빠져 있고 등교 뿐만이 아닌, 불안한 학교 전반적 생활을 두려워하고 불쾌해하고 있다”며 “안전히 다녀야 할 학교에, 무단 침입으로 남자들이 드나들면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데,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트위터에 올리기까지 했다”며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 청원은 14일 오전까지 4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은 상태다.
동덕여대 외에도 ‘알몸 남성’이 사진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건국대학교의 재학생 강아무개(24)씨는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건 아닌지 걱정이었는데, 이젠 대학 강의실에 나체 상태의 남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가져야 하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씨는 “공공장소에서 알몸을 노출한 건 놀이가 아니라 그 자체로 범죄다. 그 남성이 꼭 잡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학교 쪽에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총학은 “학교 안에 경비업체가 있었음에도 해당 남성은 버젓이 활보하고 다녔다“며 “우리는 안전한 학교를 다닐 권리가 있다. 여성들의 안전권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해 학교 쪽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은 15일 오후 1시 이 학교 본관 앞에서 ‘안전한 동덕여대를 위한 7000 동덕인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종화 총학생회장은 “공부하고 강의를 듣는 등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학우들의 충격이 크다”며 “현재 약 40명의 학우들이 발언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동덕여대는 13일 학교 누리집에 입장문을 내어 “학내 전체 경비시스템 보강 공사중에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취약시간대 순찰 강화 및 외부인 출입통제 강화, 고화질 폐회로텔레비전(CCTV) 350여대 운용 등 신속한 예방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은 서울 종암경찰서는 “해당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 대학원 강의실 폐회로텔레비전을 확보해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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