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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치인 6명 ‘쪼개기 후원’ 의혹, 어린이집총연합회에 무슨 일이?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8-11-13 16:02수정 2022-08-19 11:02

[더(The) 친절한 기자들]
경찰, 13일 한어총 사무실 등 2곳 압수수색
4700만원 쪼개기 후원…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어린이집 원장 정년 65살로 제한하는 개정안 막고
개인은 국공립 위탁운영 못 하게 하는 법안도 막아
경찰이 13일 오후 국회의원 상대로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는 서울 마포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자료를 박스에 담아 나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찰이 13일 오후 국회의원 상대로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는 서울 마포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자료를 박스에 담아 나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3일 경찰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지난 5월 경찰에 ‘한어총이 수천만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쪼개기 후원’ 형태로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됐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한어총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보고 계좌추적 등을 통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쪼개기 후원’이 왜 문제인지, 한어총은 어떤 법안의 통과를 막으려 한 것인지 ‘더(The) 친절한 기자들’이 정리했습니다. (▶관련 기사: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어린이집총연합회 압수수색)

■정치인에게 고액을 건네는 편법 ‘쪼개기 후원’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용희 한어총 회장은 2013년 한어총 국공립분과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지역위원회로부터 4700여만원을 걷어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정치인들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불법 후원금은 지난 국회인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6명에게 흘러간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10만원씩 후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ㄱ의원에게 800만원을 후원했다면 80명의 이름을 빌려 10만원씩 입금하는 방식, 즉 ‘쪼개기 후원’으로 법망을 피한 겁니다. 김 회장은 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야 했을까요?

현행 정치자금법을 들여다보면 답이 있습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논란 이후 돈 정치를 근절하기 위해 2004년 개정된 법입니다. 2002년 대선 당시 LG와 삼성, 현대, SK,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은 2.5톤 대형트럭에 현금 상자를 실어 이회창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캠프에 82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바 있습니다. 일명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입니다. 이후 국회는 정치가 기업의 입김에 왜곡되지 않게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며 기업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를 금지하고 후원금 상한액을 정했습니다. 이 상한액이 바로 500만원입니다. 개인 후원금은 1년에 2000만원을 넘을 수 없고, 한 의원에게 기부하는 후원금은 500만원(대선후보 및 예비후보자, 대선 경선 후보자 후원회엔 1000만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결국 한어총은 연합회 이름으로 정치인을 후원할 수도, 1인당 500만원을 넘겨 후원할 수도 없었기에 ‘쪼개기 후원’이라는 편법을 동원한 겁니다.

‘쪼개기 후원’이 적발된 건 한어총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5년 김선동(63) 당시 에스오일 회장은 직원 546명의 이름을 빌려 열린우리당 문석호 당시 의원에게 546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습니다. 제2공장 설립 인가를 위한 로비 명목이었습니다. 김 회장과 문 의원 모두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2008년엔 청원경찰의 친목단체인 청목회가 청원경찰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청원경찰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목회 간부들이 담당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을 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최근 경찰은 또 케이티(KT)가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임원 40여명의 이름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벌인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입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누리집 갈무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누리집 갈무리.

■한어총이 온몸으로 막고자한 법안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경찰은 한어총의 불법 정치후원금이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어총이 어떤 법률을 막고자 했는지는 2013년 5월 한어총 국공립어린이집분과위원회가 임원 및 분과장들에게 보낸 공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공문의 붙임자료에는 2건의 개정안이 언급됩니다. 우선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의 정년을 65살까지로 하자’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공문에서 언급되어 있습니다.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원장 정년은 어느 법에도 규정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원장은 종신 원장이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어총은 “원장 일을 하려면 연륜과 경력이 중요하다 보니 연령대가 높은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원장 정년을 제한 움직임에 반발한 바 있습니다.

한어총은 국공립어린이집 비리를 막기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운영을 개인이 아닌 공익 법인으로 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상정을 막고자 했습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24조는 ‘국가·지자체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개인을 빼고 ‘보육법인에게 위탁 운영할 수 있다’고 바꾸려 하자 반발한 겁니다. 법인은 당연히 공적 감시를 훨씬 촘촘하게 할 수 있음에도 말이죠. 한어총은 공문에서 “(이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하게 하자”며 “상정될 경우 새누리당 차원에서 부결시키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합니다. 해당 법안은 결국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행한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관리법)’ 개정안을 무력화시켰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2013년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영·유아 보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경찰권을 주는 개정안이 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16일 만에 철회됐습니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어린이집 비리고발센터장은 “이 의원이 2개월 만에 다시 발의했지만 또 철회됐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정부안으로 재발의했는데 그것 역시 무산됐다”며 “2015년 네 번째 추진 때는 법사위 내부에서 논의도 하지 못하고 철회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종합하면, 한어총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들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법안은 온몸으로 법안 통과를 막았다는 얘기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한어총이 회원들의 이름만 빌려서 쪼개기 후원을 했거나, 한어총에서 회원들에게 돈을 보내주고 그걸 회원들 이름으로 후원을 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계좌추적 등을 통해 실제 자금이 건너갔는지와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쪼개기 후원 외 상품권 로비도

김용희 한어총 회장은 협회 운영비를 동원해 국회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2017년 ‘국회 소속 공직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협회 예산으로 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하고, 450만원의 비용을 개인 계좌로 이체했다는 의혹입니다. 한어총 내부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김 회장은 “대국회 활동으로 사용했다”며 국회의원과 보좌관에게 건넨 금품 목록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목록에는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진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감사 당시 김 회장은 상품권을 전달하는 것이 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에 대해 “사후 감사 인사차 정당별 보좌관 모임 시 식사라도 제공할 의사였으나 사무처 과장이 현금보다는 상품권 제공이 회계 처리상 부담이 없을 거라고 제안해 그렇게 했다”고 답했습니다. 김 회장은 보육료를 2.6% 인상하는 등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준 국회에 감사를 표하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예산편성 결과 기본보육료 인상률은 1.8%에서 2.6%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현재 김 회장은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이날 <한겨레>가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답변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황춘화 선담은 전광준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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