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가족 경영 의혹 천안 유치원
자격 없는 사위·딸이 원장님 행세
활동비 누락 등 회계 비리 의혹도
자격 없는 사위·딸이 원장님 행세
활동비 누락 등 회계 비리 의혹도
‘유치원 비리 근절 3법’(박용진 3법)에 반대하는 일부 사립유치원이 폐원을 서두르는 가운데 그동안 부당한 회계 집행을 했거나 불법적인 운영을 한 유치원이 ‘먹튀 폐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폐원 전 해당 유치원을 특별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남 천안에 있는 ㅎ유치원에 6살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이소라(가명)씨는 지난달 말께 유치원에서 “내년부터 비인가 대안 숲학교로 변경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치원은 폐원하겠다는 얘기다. 2002년 설립된 이 유치원엔 원아 94명이 다닌다. 폐원 통보를 받고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한 이씨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설립자의 사위와 딸이 자격도 없이 원장과 부원장 행세를 했으며, 원감이 ‘서류상 원장’으로 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공개된 사립유치원의 각종 비리 유형 가운데 불법 가족 경영 운영에 해당한다. 이는 공문서 위조 범죄로, 행정처분 대상이다.
그런데도 ㅎ유치원은 불법 운영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학부모에게서 폐원 동의를 받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박용진 3법’에 대한 허위 사실까지 들이밀었다. ㅎ유치원 쪽은 학부모 간담회에서 “설립자가 사위에게 유치원 상속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친인척 경영 비리가 된다. 그래서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유아교육법 제8조 및 시행령 9조는 상속·증여 등을 통해 유치원 설립자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매매가 금지될 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박용진 3법은 상속·증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유치원은 비인가 전환 때 전체 학부모가 아니라 재원을 원하는 부모 30여명만을 골라 폐원 동의서를 받아 학부모들이 강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 유치원은 학부모에게서 받은 숲활동비를 유치원 알리미 공시 자료에서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 관련 비리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씨는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치원운영위도 없어 그동안 낸 숲활동비와 교재교구비가 어떻게 집행됐는지 알 수 없다”며 “불법 운영도 놀랍고 거짓 해명도 놀라운데,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주기 시작한 2013년 이래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치원 학부모들은 이런 유치원의 불법 운영 사실을 천안교육지원청에 알렸지만, 담당 장학사는 “사립유치원 대부분이 가족 경영을 한다”고 말하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여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이런 유치원이 부모로부터 동의를 받아 폐원하면 ‘먹튀’ 폐원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폐원하려는 유치원 중에 감사를 받지 않은 유치원이 있다면 감사를 통해 이처럼 불법적인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부당 집행 금액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27일 교육부 차관 및 17개 시도 부교육감이 함께 모여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합동 점검회의'를 열어 폐원을 검토중인 85개원에 대해 폐원 기준을 철저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폐원 뒤 학원 전환을 하려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누리과정 지원금, 감사결과 시정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 뒤 폐원 절차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보도한 충남 ㅎ유치원에 대해서는 특별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이슈비리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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