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교 쪽은 성폭력 사건이 접수된 뒤에도 교수와 피해 학생에 대한 분리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해당 교수는 피해 학생에게 접촉을 시도해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중앙대 영문과 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6일 중앙대 영문과 ㄱ교수가 학부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교수는 지난 2일 ‘평소 복용하던 수면제와 술로 인한 만취 상태로 심신의 제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학생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 비대위는 “사건 이후 피해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자해와 불안 증세를 겪고 있으며 정신과와 외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ㄱ교수의 연락은 계속됐다. 사건 다음 날인 3일 ㄱ교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피해 학생에게 연락했다. 피해 학생에게 ‘오늘 저녁 6시 여의도 영화관에서 ‘호밀밭의 반항아’ 볼 건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답장이 없자 ‘Never Mind’(신경쓰지 말라)라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 학생이 잇따라 두 차례 수업에 불참하자 10일에는 ‘수업에 왜 안 나오는 거야’라고 연락하기도 했다. 피해 학생이 ‘왜라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었느냐’고 답장을 보내자 ㄱ교수는 ‘아니 당연히 기억하지, 근데 난 네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한데?’라고 답했다. ㄱ교수는 이어 ‘수업에 안 나오고 인간 관계 끊을 일이었어?’라고 덧붙였다. 피해 학생은 “평소 선생님으로서 신뢰하고 존경했던 사람이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연락이 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후 피해 학생은 12일 학내 인권센터에 ㄱ교수의 성폭력 사실을 신고했다.
성폭력 피해가 접수됐지만, 학교 쪽의 신속한 분리 조처는 없었다. 학교는 피해 학생에게 수업을 바꾸도록 안내했고, ㄱ교수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비대위는 “학교는 과거 사례를 예로 들며 피해자가 수업을 변경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같은 과목을 진행하는 다른 교수의 수업으로 변경하거나 ㄱ교수의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보고서로 대체하는 방안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ㄱ교수는 피해자와 접촉을 시도해 피해는 더욱 커졌다. 피해자에게 접촉하지 말라는 인권센터의 권고에도 ㄱ교수는 피해 학생에게 밤늦게 전화해 “만나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거듭 요구했고, 피해자의 지인에게는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ㄱ교수의 수업은 피해 학생의 신고가 있고 2주 정도 지난 이달 27일에야 중단됐다. 중앙대 관계자는 “사건이 센터에 접수된 것만으로 강제로 수업을 중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대 인권센터 관계자는 “비대위 성명이 나온 뒤에야 ㄱ교수가 피해 학생에게 접촉한 사실을 알았다. 인권센터가 이런 내용을 알았다면 접근 금지 조처 등을 내렸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센터는 ㄱ교수에게 접근 금지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한겨레>는 28일 여러 차례 ㄱ교수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ㄱ교수는 “현재로선 답변이 힘들다”며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전광준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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