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일 오후 서울고법 303호 법정 스크린에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문구가 떴다. 이 문구를 직접 띄운 강훈 변호사는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질문”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그는 “검찰이 다스 실소유주를 입증할 물증을 전혀 찾지 못했다. 업무상 횡령에 있어 범죄의 성립 여부는 회사의 실질 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10월5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이 항소심 첫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 법정에 나온 것은 118일 만이다. 넉달 전 생중계된 1심 선고 때는 “국격을 해친다”며 불출석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검은색 양복에 하얀 셔츠를 받쳐 입고 출석했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영하의 날씨에도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머리 일부가 하얗게 세고 다소 수척해졌지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웃음 짓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하고픈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 말에, 특유의 쉰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변론 종결하면 이야기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날 차례로 1시간가량씩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해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 실소유로 결론 낸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349억원 중 일부 무죄 판단(97억원)을 납득할 수 없으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대신 내준 뇌물수수 혐의에서도 형량이 낮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198쪽에 이르는 피피티 자료를 동원해 이 전 대통령 혐의 대부분을 떠받치는 다스 실소유주 문제, 형량이 큰 삼성 뇌물 수수 혐의 등을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함께 일했던 사람을 법정에 세울 수는 없다’던 1심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증인 22명을 대거 신청했고 이 중 15명이 채택됐다. 공판은 설 전까지 7차례 열린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9일), 최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23일)이 증인으로 나온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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