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세원 교수의 여동생 임세희씨(왼쪽 사진)가 2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교수의 죽음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귀하고 소중했던…, 우리 가족의 자랑이었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이 지켜지고…,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달 31일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의 여동생 임세희씨가 눈물을 꾹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임씨는 가족과 상의 끝에 2일 오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우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임씨는 2016년에 고인이 자신의 우울증 극복 과정을 담은 책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썼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빠가 책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고백한 것은 정신과 의사조차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평생 자랑스러워했던 일과 사랑했던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낸 것입니다.”
임씨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피의자가 위협했을 때 오빠는 두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다른 의료진에게 ‘도망쳐’ ‘112에 신고해’라고 외쳤다”며 “평생 그 장면을 기억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범행 동기에 대해선 경찰에 묻지도, 듣지도 않았다. 유족은 고인이 평생 환자를 위해 사셨다는 점만 생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생전의 고인에 대해 “굉장히 바쁜 사람이었지만 2주에 한번은 꼭 멀리 사는 부모님과 식사를 했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굴비 등을 철마다 보내는 아들이었다. 아이를 너무 사랑했고, 아이들도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무척 즐거워했다”고 했다.
‘정신과 의료진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임씨는 “오빠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안위도 걱정하지만,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질환을 빨리 극복하기를 원해서 힘든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현명한 해법을 내리실 것”이라고 답했다.
선담은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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