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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체육회 성폭력 통계엔 심석희도 없어…“16배 이상 피해 추정”

등록 2019-01-11 20:20수정 2019-01-11 20:45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보니
국가대표 631명 중 1.7% 답했지만
심석희 고발한 빙상종목은 물론
‘성폭행 피해보고’ 한 건도 없어
일반선수는 2.7%…초등생 4명 포함
공개 꺼리는 ‘암수지수’ 반영하면
현장 성폭력 피해규모 크게 높아져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체육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조재범 전 코치한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피해 사실은 최근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실제 보고되는 피해 건수와 달리 선수들이 밝히기를 꺼려 알려지지 않은 ‘암수범죄’ 변수가 있는데다 설문조사에서 대상 선수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식 통계보다 스포츠 현장에서 이뤄지는 성폭력은 최대 16~17배 높아질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최근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이창훈 한남대 산업협력단 교수는 “지난해 여름 시작한 조사에서 빙상 종목에서는 45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35명한테 설문 응답을 받았다. 성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빙상 선수들이 피해를 호소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석희 선수가 당한 심각한 성폭력은 체육회의 통계에 잡히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또 “사회 흐름에 따라 변화한 성폭력 인식을 반영해 사소한 성희롱 행동까지 조사 범주에 포함했으나 과거 보고서와 일관된 비교 잣대를 위해 (결과 집계에서는) 뺐다. 그런 부분을 포함하면 전체 성폭력 피해 건수는 훨씬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범죄학 전문가를 동원한 이번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남녀 국가대표 선수 631명 가운데 성폭력 피해 응답률은 1.7%였다. 중복 응답을 포함해 성희롱(7명), 성추행(4명)만 보고됐고 성폭행은 없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실이 제공한 보고서를 보면, 국가대표가 아닌 초·중·고·대학·실업팀의 선수 1069명 가운데 성폭력 피해 응답률은 2.7%였다. 이들 가운데 성추행과 강간 피해를 묻는 질문에, 초등생 4명을 포함해 9명이 피해 경험을 고발했다. 전체 9만7538명의 등록 선수를 모집단으로 표본을 설계한 것을 고려하면 지금도 2700명 정도의 일반 선수들이 지도자나 선배, 동료의 성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창훈 교수는 “2010년 성폭력 조사(26.6%) 때보다 2018년의 결과는 피해 규모가 훨씬 줄어든 것으로 돼 있지만, 피해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암수범죄를 포함하면 범위가 훨씬 커진다. 절도의 경우 보통 공식 신고의 1.66~28.7배 실제 범죄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성폭력의 경우 대개 실제 피해의 6%만이 보고되는 경향이 있다. 암수범죄 지수를 곱하면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규모는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연령·성·종목·지역별로 대상을 무작위 추출했고, 도별 인구 규모까지 고려해 대상을 표집했다. 국가대표 선수의 경우에는 여름철의 단체·투기 종목에서 폭력과 성폭력 피해 건수가 많았고, 일반 선수들 역시 여름철의 개인·투기 종목에서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또 훈련장, 경기장, 숙소 등에서 범죄 행위가 일어났다. 육체·언어 등을 사용한 폭력도 국가대표(3.7%)와 일반 선수(26.1%)에게 여전히 행해졌다.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는 2년마다 작성되는데, 이번엔 국가대표 631명과 초·중·고·대학·실업팀의 일반 선수 9만7538명 가운데 1069명 등 1700명을 표본으로 조사했다. 또 지도자(292명)와 학부모(69명)가 설문에 응했다.

이창훈 교수는 “폭력과 성폭력은 체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대한체육회가 관리하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달리 일반 선수들은 관리가 더 허술해 심각한 폭력 환경에 노출돼 있다. 자녀의 체벌을 알고도 ‘필요한 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학부모가 절반을 넘은 것도 생각해볼 대목”이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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