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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선수육성에 연 1700억 쓰는 체육회, 인권 예산은 고작 9억

등록 2019-01-13 18:56수정 2019-01-13 20:06

인권교육 예산, 전체의 0.29%…스포츠인권센터 상담사는 4명뿐
시·도 체육회, 쥐꼬리 지원금으로 한번에 200~300명 몰아 교육
“선수·지도자 윤리의식 중요한데 경기력 향상에만 신경 써”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 재발 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한체육회의 지도자·선수 인권교육 예산이 전체 사업비의 0.2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담당하는 대한체육회와 체육회 예산을 승인하는 문화체육관광부·기획재정부의 스포츠 인권 민감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대한체육회는 등록 선수와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2018 스포츠 인권 향상 사업비로 9억1400만원을 배정했고, 올해 사업비도 똑같은 액수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대한체육회 총예산 3200억원의 0.29% 수준이고, 운동부 선수 등 전문체육 육성 예산(1700억원)의 0.54%에 불과하다.

대한체육회는 9억1400만원의 예산으로 자체 스포츠인권센터(전문상담사 4명과 보조원 1명) 운영, 심리검사를 통한 정서지원 프로그램, 각종 대회 기간 인권 홍보활동 전개, 학교와 단체 등을 찾아가 실시하는 인권교육 등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 인권교육 수강 인원은 1만2천여명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또 산하 17개 시·도 체육회에 지원하고 있는데, 지난해 시·도 체육회를 통해 인권교육을 수강한 지역 학교 운동부나 실업팀의 지도자·선수는 총 3만여명이다. 합치면 4만3천명이 인권교육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17개 시·도 체육회에 돌아가는 인권교육 예산은 2016년 3억원, 2017년 2억9800만원으로, 시·도 체육회별로는 연평균 1700만원이어서 실효성 있는 인권교육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성 높은 강사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체육회 정창수 사무처장은 “체육회 예산이 내려오면 대상 선수가 많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선수들을 한꺼번에 많이 모아서 하기보다는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학교를 찾아가 소규모를 상대로 인권교육을 한다”고 했다.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북체육회 김완 경기진흥과장은 “전북의 경우 지난해 3천만원을 받아 지역 학교 운동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23차례 인권교육을 했다. 한번에 200~300명을 모아서 하는 집체교육은 9번 했는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종목별로 40~70명 안팎의 중·고교 선수들을 찾아가 14번 교육을 했다. 예산만 늘어난다면 좀 더 규모를 작게 세분화해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의 인권교육 수강 인원은 2014년 3만명에서 지난해 4만3천명 수준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 모든 선수와 지도자는 매년 등록 때마다 온라인 인권교육 강좌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생각하지 않고 숫자의 증가만 놓고 인권교육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인권을 양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다. 수백명을 몰아넣고 교육을 해봐야 조는 선수들이 많고 효과도 떨어진다. 서울시체육회의 경우 10명 정도 단위로 교육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규모가 작을수록 좋다. 또 인권강사에 대한 처우와 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의 인권예산보다는 크게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인권센터가 접수한 선수들의 폭력 신고·상담 건수도 2014년 151건에서 조금씩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228건으로 줄어들다가 다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 체육회 고유 업무가 있는 상황에서 인권교육이 추가되면서 온전히 인권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예산을 늘릴 수는 없다. 또 상급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없이는 예산을 늘릴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나 클린스포츠센터의 인력을 증원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면 대한체육회가 직접 움직이지 않고, 중앙 경기단체나 시·도 체육회에 이첩해서 처리하는 이유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는 “대한체육회가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치밀하게 짜야 하고, 인권강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대형 강의실에 몰아넣고 하는 것과 소규모 교육의 실효성도 따져야 한다. 선수 경기력에는 기능뿐 아니라 인격과 윤리의식 교육도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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