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징역 2년 선고 법정구속
“비위 덮으려 부당 인사 불이익
피해자는 치유 어려운 상처 입어”
1심 재판부 “엄한처벌 필요” 강조
법원, 최교일 한국당 의원 언급
“검찰국장 시절 성추행 조사 막아”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 검사를 지역으로 좌천 인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비위를 덮기 위해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검찰국장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부당한 인사 불이익까지 줬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인사권을 사유화하고 남용함으로써 공정한 검찰권의 토대인 검찰 인사가 올바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렸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징역 2년은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특히 혐의 사실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 사건의 직접적 발단이 된 성추행이 실제로 있었으며, “만취해 기억이 없다”는 주장과 달리 안 전 검사장도 자신이 서 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성추행이 있었다는 장례식장에 참석한 다른 검사 등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추행 문제가 불거지면 보직 관리에 장애가 있을 것을 우려했다.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동기가 충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통영지청 발령 이유로 서 검사에 대한 부정적 세평 등을 들고 있지만, 당시 인사와 관련한 공식적인 세평 자료는 없었다. 오히려 장관 표창 등을 긍정적 인사 요인으로 참작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해 1월 안 전 검사장이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있던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2015년 검사 인사를 맡는 핵심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오른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혐의로 기소했다. 성추행 사실이 불거지는 것을 막으려 지역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2010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성추행 진상조사를 막으려 했다는 취지의 판단도 내놓았다. 이 부장판사는 “당시 진상조사를 막으려 한 점이 인정되는데, (최교일 의원은)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은 채 (성추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서 검사의 진술을 반박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징역 2년이 선고된 뒤 안 전 검사장은 “지난해 1월 검찰 내부망을 통해 폭로가 나오기 전까지 서 검사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저로서는 이런 판결이 선고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항소심에서 다시 다투겠다”고 밝혔다. 서 검사를 대리한 서기호 변호사는 판결 뒤 “최근 직권남용 관련 무죄 선고가 많이 나왔는데,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하고 법정구속까지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판결을 계기로 피해자들이 미투 폭로를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