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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는 이미 이겼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꿨다” 안희정 유죄 환영 집회

등록 2019-02-01 21:03수정 2019-02-01 21:11

안희정 전 지사 2심 유죄 선고 뒤, 고법 앞 집회
“김복동 할머니 훨훨 날아가며 우리에게 선물”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구호 외쳐
1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환영하는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환영하는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희정은 유죄다! 이게 상식이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1일 저녁 서울고등법원 앞에 선 여성단체 회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집회는 함성과 함께 시작됐다. 권박미숙 한국민우회 활동가는 발언대에 올라 “333일만에 드디어 이 구호를 웃으면서 외칠 수 있는 날이 와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안희정 10개의 공소사실 중 9개 유죄판결” “김지은씨 진술 신빙성 인정”이라고 나오는 뉴스 영상을 함께 보며 환호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회원들과 시민 등 300여명(주최측 추산)이 1일 오후 6시께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징역 3년 6개월 유죄 판결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의 이름은 “#MeToo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 ( ) 하는 집회”였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과 공대위가 2심 판결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를 맡은 권 활동가는 “(2심 선고) 유죄, 무죄 상황을 다 대비해왔다. 유죄 판결을 환영하는 집회에 사회를 맡게 돼 기쁘다”고 집회 시작을 알렸다. 그는 “그 전까지 법은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성폭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성폭력은 그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만나는 직장상사, 존경하는 선생님, 신뢰 받는 종교지도자, 나를 가르쳐준 코치로부터 일어난다. 여성의 목소리를 막는 손을 치우고 싶었다. 우리는 현실을 소리쳐왔다. 그리고 오늘 법이 드디어 이 현실을 따라왔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외쳤다.

피해자 김지은씨의 변호인도 자리에 나와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김두나 변호사는 “지난해 1심에서는 오늘과 달리 정말 괴로운 판결 있었다. 1심은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다’면서 피해자의 진술 배척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모두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제라도 바로 잡은 재판부 결정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범죄라는 너무나 당연한 오늘의 판결은 지난해 3월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고통스러운 수사 재판 과정을 견뎌내고 피해를 의심하는 시선과 2차 가해에 시달리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 피해자의 용기가 이끌어낸 것”이라고 김지은씨를 격려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용기가 되고 가해자에겐 엄중한 경고가 되길 바란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잘못된 통념이 사라지길 바란다.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그동안) 위력과 관련된 성폭력 사건들이 대부분 패소해왔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대해 한국사회는 불법이라고 판결하지 않았다. 미투 이후 피해자들이 자기 인생을 걸고 폭로한 뒤에야 겨우 이 판결 하나가 승리의 시작으로 우리에게 떨어진 것 같다”며 “올해는 작년에 미투했던 피해자들이 줄줄이 정의로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씨와 함께 안희정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한 동료는 “오늘이 김복동 할머니의 발인이다. 할머니께서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시면서 저희에게 정의라는 선물 주고가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재판은 아마도 안희정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가겠지만, 재판과 관련없이 우리는 이미 이겼다고 말하고 싶다. 역사상 어느 누구도 바꿀 수 없었던 불평등한 젠더 권력,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리가 우리 손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재판을 방청했다는 한 시민은 “저도 과거 공공기관 기관장 비서로써 4년 동안 일했던 경험이 있다. 기관장은 청국장을 좋아했었다. 나는 뜨거운 걸 잘 못 먹는데 청국장집에 가면 입천장이 다 까졌다. 기관장이 먹는 속도에 맞춰서 그릇 비워야했기 때문이다. 어렵다면 안 먹어도 되지만 입천장이 까지면서까지 왜 청국장을 먹었을까? ‘자네는 왜 식사 하지 않느냐’ 이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다. 밥 잘 먹고 일 열심히 한다는 거 보여주기 위해 입천장이 다 까져도 아무 말 않고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그나마 사법부에서 정의로운 판결 내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이윤택 감독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했던 김수희 연출가는 “오늘의 판결은 1심의 무죄를 뒤엎는 것으로 사법부의 성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당연한 결과다”라고 이번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고학력, 높은 지위의 여성이면 상대에 따라 자신의 거부의사 충분히 밝힐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성적 약자 위치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의 어리석은 지레짐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희정 전 지사가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까지 가서 변명하는 추한 꼴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게 최소한의 사과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문학계 성폭력 생존자”라고 밝힌 한 여성은 “논문 지도교수이자 모 문학상 심사자인 가해자가 제자인 저를 추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의 위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며 “가해자는 내 논문 지도 교수로 지정된 후 사석에 불러내고 자신이 심사위원인 문학상에 응모해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성추행이 시작됐고 1년간 반복됐다. 동석한 목격자는 거짓 진술을 했다. 가해자의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라고 울먹였다. 그는 “민사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죄목은 강제추행이었다. 대학계와 문학계의 위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선고에 희망을 느낀다. 더 많은 선례가 필요하다”며 “(2심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인정받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안희정은 끝났다 감옥에서 반성해라” 안희정은 유죄다 이게 상식이다” “위력 성폭력 우리가 무너뜨린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는 참가자들이 아직도 투쟁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를 릴레이로 발표하며 마무리됐다.

글·사진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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