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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희정 부인의 “나는 피해자” 주장이 ‘성폭력 무죄’ 증명할 수 없는 이유

등록 2019-02-15 16:28수정 2019-02-16 11:02

민주원씨 페북에 글 올려 “미투가 아닌 불륜” 주장
2심 재판부 “‘상화원 사건’, 불륜 근거 안 된다” 판단
전문가 “김지은씨 성격 드러내는 에피소드에 불과…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 알리는 건 2차 가해” 비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관한 2심 재판부의 판결을 반박하는 글을 올려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씨의 주장이 안 전 지사의 혐의를 부인하는 근거가 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민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은 피해자 김지은씨의 성격에 대한 자료일 뿐,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는 근거로 쓰기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 반 11시50분께 민주원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 사건”이라는 글을 올렸다. 민씨는 “(최근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유죄를 판결한) 2심 재판은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작심한 듯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상화원 콘도’ 사건을 근거로 제시하며 2심 재판부의 판결을 반박했다. 민씨는 2017년 8월 충남 보령의 상화원이라는 콘도에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 부부의 침실에 들어와 잠들어 있는 자신들을 살폈다고 주장하며 “(김지은씨는)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씨는 1심 재판에서도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바 있다. (▶관련기사: 안희정 아내 민주원, “2심결과 못 받아들여”…김지은 쪽 “2차 가해”)

하지만 민씨의 주장과 달리 상화원 콘도 사건으로 ‘김씨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심 재판부는 민씨의 주장을 배척하며 “설령 그런 사실(침실로 들어온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해자를 성폭력 피해자로 볼 수 없다거나,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 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씨가 한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안 전 지사 부부의 침실에 들어간 행위만으로 김씨를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도 지난 12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2심 재판부는 상화원 사건에 관한 피고인 쪽 주장을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함’ ‘문제되는 행동 아님’과 같은 여러 층위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화원 콘도 사건에 대한 민씨의 주장은 김씨의 성격에 대한 증언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여성학 연구자 권김현영씨는 “민씨의 진술은 김씨가 잠든 부부의 침실에 들어와 자신들을 살펴봤다는 내용인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김씨는 성격이 이상한 여자’라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 전 지사에게 제기된 구체적인 공소 사실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법정에서 증거로 받아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성폭력 사건과는 애초에 무관한 주장을 마치 혐의를 반박할 근거처럼 인식하거나 공론장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역시 “1심 재판 등에서 상화원 콘도 사건을 비롯해 순두부, 와인바 사건 등과 관련해 피고인 쪽에서 다양한 주장이 나온 바 있다”며 “이는 피고인 쪽에서 피해자 김씨에게 가해온 공격의 단어였을 뿐이다”고 밝혔다.

상화원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민씨의 페이스북 글과 이를 ‘퍼나르기식’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가 전형적인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미 2심 재판부의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논의가 끝난 과거 일을 들춰내며 ‘피해자에게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일종의 재가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1심과 2심 판결 이후 ‘이제 좀 괴로움이 끝나나’ 싶을 때 다시 피해를 입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원은 또 “특히 이런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처럼 불특정 다수에 공개되는 공간에 올리고, 여러차례 공유되면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피해는 영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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