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아내 민주원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전 지사와 성폭력 피해자의 불륜 관계를 주장하는 글을 또 다시 올린 가운데, 시민·사회 연대체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민씨의 글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전형적 2차 가해이자 흠집내기’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21일 페이스북 계정에 입장문을 올려 “문자, 카톡, 텔레그램을 예상했다. 예상했던 것이 그대로 등장했다”고 운을 뗀 뒤 “이는 1·2심 재판 과정에서 같은 정치 집단 내 있었던 동료들이 안 전 지사측에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의 아내 민씨는 20일 밤 피해자와 안 전 지사, 당시 안 전 지사측에서 함께 일한 이들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정리해 올리며 ‘안 전 지사와 피해자는 불륜 관계’라고 주장하는 게시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민씨는 지난 13일 밤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 전 지사에 대한 피해자의 고발은) 용기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사건”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민씨 글에 대해 대책위는 “피해자가 종사했던 곳은 일반 정치집단도 아니고 대권그룹이다. ‘안뽕’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충성 상태를 독려하고 체크한다. ‘힘들지?’ 누가 물을 때 ‘힘들어요’ 라고 정직하게 답하면 큰일나는 첨예한 인적망”이라고 설명하며 “인사에 대한 결정에 해고 불안이 있어도 정색한 표정으로 질문할 수 없고 ‘충성 언어’로 읍소해야 했던 그곳은 패밀리이자 결사체”였다고 짚었다.
이어 대책위는 “위력 성폭력이 이루어지는 업계, ‘그 감독님’ 문하생 그룹이든, ‘그 목사님’ 신도들이든 통용되는 언어가 있다. 새로 진입한 사람은 그 어법을 배우고 구사해야 한다. 그 집단 내에서 오간 ‘어법’이 이렇게 쓰일 거라 예상했지만, 예상한 모습을 보니 암담함도 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그 어법을 거스르고 정색한 표정으로 얼굴에 ‘나 피해자야’ 라고 쓰고 살아야 했다고 사후적으로 요구한다면 어떤 직장내 피해자, 학교 내 가족 내 성폭력 피해자도 구제받지 못한다. 피해자가 맞다면 그 자리에서 술병이라도 들어서 저항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대책위는 “‘불륜’ 주장은 도구이고, 무죄가 나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어떤 날조, 편집, 가짜뉴스 생산도 다 하겠다는 것인가. 이 모든 퇴행적 현장을 대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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