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the) 친절한 기자들]
폭행 사건이 각종 의혹으로…‘지구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약물 성폭력, 경찰과 유흥업소 유착, 마약 의혹 일파만파
사건의 진실만큼이나 버닝썬이 보여준 사회 병폐 직시해야
폭행 사건이 각종 의혹으로…‘지구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약물 성폭력, 경찰과 유흥업소 유착, 마약 의혹 일파만파
사건의 진실만큼이나 버닝썬이 보여준 사회 병폐 직시해야
단순 폭행 논란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경찰 폭력,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마약 판매, 경찰 유착으로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그룹 빅뱅의 멤버 역시 서울 강남의 클럽에서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를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27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단순폭행 사건에서 약물 이용한 성폭력 논란까지 버닝썬 사건은 애초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게시글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한 남성이 클럽 ‘버닝썬’에서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이 되레 신고자를 폭행했다는 글을 올린 겁니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11월24일이었습니다. 글을 올린 김아무개(28)씨는 이 클럽에서 “곤란에 빠진 여성을 도우려다 클럽 이사에게 폭행을 당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을 체포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글이 올라온 초반에는 누리꾼들도 “이런 사건은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한다”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이 커지기 시작한 건 지난 1월28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서 김씨가 클럽 앞에서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당하고,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안에서 경찰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보도한 뒤입니다. 김씨의 말에 신빙성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단순폭행 사건이 역삼지구대와 클럽의 유착 의혹으로 번지게 됩니다. 경찰은 “김씨가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등 행패를 부려 초동 조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이 버닝썬에서 뇌물을 받는지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고, 청원 동의자가 하루 만에 20만명을 넘겼습니다. 버닝썬은 직원의 폭행을 사과했습니다. 다만 김씨의 주장과 달리 김씨가 클럽 여성을 추행한다는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끌어낸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실제 김씨가 글을 올린 7일 뒤 2명의 여성이 강남경찰서에 김씨를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물론 김씨는 성추행을 부인했습니다. 사건이 최초 폭행 원인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퍼지면서 잠시 주춤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가 성추행 혐의를 받고 경찰에 입건된 김아무개씨가 2월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2월14일 클럽 ‘버닝썬’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누락된 버닝썬의 112신고…경찰과 유착했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클럽과 경찰이 유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은 더 거세졌습니다. 경찰과 유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버닝썬이 어떻게 정상영업을 할 수 있었겠냐는 주장입니다. 버닝썬을 둘러싼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냐고요? 112 신고내역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겨레>가 22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클럽 버닝썬 개장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112 신고 현황’을 보면, ‘버닝썬’과 버닝썬이 위치한 호텔 이름인 ‘르메르디앙’으로 검색된 신고 건수는 모두 122건입니다. 신고 내용을 보면 △납치감금 1건 △마약 1건 △성추행 피해 및 목격 5건 △폭행 피해 및 목격 33건 △미성년자 의심 3건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가운데 신고 대상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은 모두 8건입니다. 한 전직 경찰은 “술을 먹는 클럽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달에 10건꼴로 112 신고가 들어왔다면 신고가 많은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 버닝썬, 성폭력·마약·납치감금까지 1년 새 122건 신고) 게다가 버닝썬 투자사의 대표 최아무개씨가 최근까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버닝썬과 특수관계에 있는 대표 최씨가 ‘경찰 민원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 ‘버닝썬’ 투자사 대표,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 최 대표는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전원산업’의 대표로, 전원산업은 2017년 12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하고 10억원을 대여했습니다. 당시 버닝썬의 자본금은 5000만원으로 아직 이같은 지분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최 대표의 전원산업은 버닝썬 지분의 42%를 소유한 주요 주주인 셈입니다. 경찰청 예규 경찰발전위원회 운영규칙을 보면,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습니다. 경찰발전위원회는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참가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의 경찰발전위원 위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지분 관계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최 대표가 지난해 12월31일 경찰발전위원에서 해촉됐다고 덧붙였지만, 버닝썬 사건이 최초 발생했을 당시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이었습니다. ‘경찰에 돈을 전달했다’는 구체적 진술이 폭로되면서, 경찰과 버닝썬 유착 의혹은 정점을 찍습니다. 금품 전달책 이아무개씨가 지난 20일 <문화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버닝썬 이아무개 공동대표가 버닝썬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에 돈을 건넸고, 자신이 그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겁니다. 이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도 “전직 경찰 출신 강아무개씨 지시로 이 공동대표로부터 돈을 받아 경찰에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보도 직후 광역수사대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직 경찰 강씨와 전달책 이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경찰은 48시간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수사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반려했고, 강씨와 이씨는 현재 풀려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_________
문제의 핵심이 승리? 외면해온 사회 병폐 직시해야 27일 승리의 경찰 출석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승리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뒤 누리꾼들은 승리와 애나, 승리와 이문호 버닝썬 대표 등이 함께 찍은 사진·영상 등을 공유하며 승리가 이들과 깊은 관계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사임하긴 했지만, 승리는 버닝썬의 사내이사이기도 했죠. <에스비에스>(SBS) 연예매체 ‘funE’는 지난 26일 카카오톡 대화를 근거로 승리가 강남 클럽들을 각종 로비 장소로 이용하고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까지 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승리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승리가 27일 저녁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슈버닝썬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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