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100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석방됐다. 지난해 3월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6일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 1월29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다만, 재판부는 석방에 따르는 엄격한 조건들을 내걸고 이례적으로 석방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구치소에서 석방돼 자택 머무르면서 재판 준비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법원 허가 없이 자택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올 수 없고 변호인과 직계혈족 외의 사람과 접견 통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전 대통령)이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지 못해서 구속 만기로 석방되면 오히려 피고인이 완전하게 자유로운 불구속 재판을 받아 주거제한, 접촉제한 조건을 부과할 수 없다”며 “이번 보석 허가는 조건 준수 조건으로 임시로 석방하는 것일 뿐이다. 만일 피고인이 보석조건 위반할 때 언제든지 보석 취소하고 다시 구치소에 구금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법원 인사로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된 데다, 이 전 대통령이 1심 때와 전략을 바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대부분 부인하며 증인들을 줄줄이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등 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인 4월8일까지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내려진 ‘실무적인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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