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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판부, 가석방 MB에게 “자택에 가서 범죄 사실 다시 읽어보라”

등록 2019-03-06 18:06수정 2019-03-07 19:01

“형사재판은 현재의 피고인과 과거의 피고인이 대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석 석방 뒤 자택에 가서 본인이 기소된 범죄 사실 하나하나를 다시 읽어보시고 과거 피고인이 했던 일들을 찬찬히 회고해보길 바랍니다.”

6일 서울고법 303호 법정.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증인석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대통령에게 보석 허가를 내주면서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되, 주거지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제한하고 배우자와 직계혈족, 변호인 등을 제외한 외부인과의 접촉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조건부 보석 허가’를 내주면서 그 사유를 이례적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이 전 대통령과 검찰에 몇가지 ‘당부’의 말까지 남겼다. 법원의 잇따른 보석 허가에 대한 국민의 성난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스의 실소유주로 뇌물·횡령 등의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으로 수감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다스의 실소유주로 뇌물·횡령 등의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으로 수감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날 재판부는 “최근 형사재판에서 보석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보석 허가 사유를 설명하는 데 10분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유죄 확정판결 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불구속 재판 원칙을 실현해야 하지만 보석제도가 엄정하게 운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보석제도를 엄정하게 운영할 것을 전제로 피고인의 보석 청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동의해 대검찰청 포렌식담당 수사관 1명을 제외하고 증인 신문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항소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재판 전략을 바꿔 핵심 증인들을 불러달라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증인들이 줄줄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재판이 늘어졌고 그사이 재판부 구성은 모두 바뀌었다. 이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4월 8일)까지 항소심 선고를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남지 않았다. 종전 재판부가 채택한 증인 중 신문을 마치지 못한 증인 숫자를 고려할 때 항소심 구속 기한까지 충실히 심리해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지 못해 구속 만기로 석방되면 피고인은 오히려 완전히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주거 제한이나 접견 제한 등 조건도 부과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한 달 일찍 풀어주되 차라리 더 엄격한 조건을 붙여 재판을 이어가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은 ‘고령 및 건강상 이유’를 들어 거주지를 자택과 서울대병원으로 제한하는 보석 청구서를 낸 바 있지만 ‘병 보석’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치소 내 의료진이 피고인의 건강 문제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해 고령 및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하는 보석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을 둘러싼 ‘황제 보석’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측 강훈 변호사는 “태광 이호진 회장 등을 언론에서 문제 삼으니까 병 때문에 보석한 건 아니라는 말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속 349일 만에 보석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가며 지자자들과 인사 하고 있다.
구속 349일 만에 보석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가며 지자자들과 인사 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본 재판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공소사실이나 피고인에 대해 어떤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자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과 검찰 측에 이례적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보석은 무죄 석방이 아니다. 보석 조건을 지킬 것을 조건으로 피고인을 석방하는 것이다. 보석 조건을 위반해 재구금 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측에는 “피고인의 보석 조건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검찰측에서도 잘 감시해 보석제도가 엄격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 검사는 형사재판의 기소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공익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소재 파악을 통해 제때 증인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법원의 보석 허가로 이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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