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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부 “국내에 대체품 있다는 건 오해” 고어 본사 찾아 설득키로

등록 2019-03-10 13:27수정 2019-03-10 21:08

‘소아 심장병 환자 치료’ 긴급 방미
식약처·복지부 등 관계부처
“환자 실태·가격 개선 등 알리고
고어사에서 제시하는 조건 수용해
인공혈관 공급 재개 요청할 것”

환우회도 공급 필요 제품목록 보내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원들이 2017년 5월 ‘치료재료는 심장병 어린이들의 생명입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공혈관 공급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환우회는 2017년 3월 한국 시장 철수 의사를 밝힌 고어사에 이런 캠페인을 벌이며 호소했지만, 고어사는 그해 9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제공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원들이 2017년 5월 ‘치료재료는 심장병 어린이들의 생명입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공혈관 공급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환우회는 2017년 3월 한국 시장 철수 의사를 밝힌 고어사에 이런 캠페인을 벌이며 호소했지만, 고어사는 그해 9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제공
소아 심장병 환자들의 수술에 꼭 필요한 ‘인공혈관’ 재고가 바닥날 상황에 대한 우려(<한겨레> 3월7일치 1면)가 커지자, 정부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인공혈관 제조업체인 ‘고어’(Gore) 미국 본사를 직접 찾아가 국내 공급 재개를 적극 요청하기로 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도 지난 8일 고어사 쪽에 공급이 필요한 제품 목록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2017년 9월 한국 시장에서 의료사업부를 철수시킨 고어사가 이번에는 전향적인 응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10일 자료를 내어 “미국의 고어사를 긴급히 직접 방문해 현재 국내 소아 심장병 환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그동안의 치료재료 가격제도 개선 등을 설명해, 고어사가 한국 내 공급 재개를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방문 날짜는 고어사 쪽과 협의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만나려고 하며, 고어사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적극 수용해 인공혈관의 국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사의 의료사업부는 인공혈관 등 각종 치료재료를 생산·판매한다. 그중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아동들의 심장수술(폰탄수술)에 주로 쓰이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재질의 10㎜ 이상 인공혈관 공급이 국내에 끊겨, 국내 대형병원들이 지난달부터 소아 환자들의 예정된 수술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2017년 고어사가 철수할 때 한꺼번에 확보한 재고마저 최근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

고어사는 지난 8일 식약처에 ‘(10㎜ 이상) 인공혈관은 한국에 타사의 대체품이 존재해 공급이 불필요하다’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식약처가 지난달 ‘소아 심장수술에 필요한 인공혈관과 봉합사(봉합 수술에 쓰이는 실) 공급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한 회신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공혈관 대체품이 국내에 존재한다는 것은 고어사 쪽의 오해라서, 직접 가서 설명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고어사는 대체품이 없는 봉합사 공급은 재개하겠다고 답변했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7년 철수 당시 고어사는 3.5㎜, 4㎜, 5㎜ 직경의 인공혈관에 대한 공급권은 국내 수입업체에 넘겼다. 이 인공혈관은 선천성 심장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1차 수술에 쓰인다. 최근 문제가 된 10㎜ 이상의 인공혈관은 ‘폰탄수술’로 불리는 3차 수술에 사용된다. 2016년 국내에서 3.5~5㎜ 인공혈관은 130개, 10㎜ 이상은 52개가 수술에 쓰였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어서 업체한테 큰 수익을 남기는 제품은 아니었던 셈이다.

‘10㎜ 이상 인공혈관은 한국에 대체품이 있다’는 게 고어사의 주장이나, 대한흉부외과학회 등은 고어사 제품의 대체품은 없다고 지적한다. 10㎜ 이상 직경의 다른 제품이 있긴 하지만, 재질이 달라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다른 대체품으로 수술하면 혈관이 자주 막혀서 다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체품이 없는 상황이라고 흉부외과 의사들이 말한다”며 “고어사가 국내 시장 철수 당시 ‘대체품이 없는 제품은 계속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복지부는 소아용이나 희귀질환용 치료재료 가운데 대체품이 없는 경우에 ‘희소·필수 치료재료’로 평가해 건강보험 수가 상한금액을 높여줄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해, 고어사가 공급을 재개할 길을 터준 바 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역시 지난 8일 고어사 쪽과 연락이 닿아, 수술에 필요한 제품 목록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안상호 환우회 대표는 “공급 재개 제품 목록을 검토한 뒤에 고어사 쪽이 답을 보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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