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일주일만에 첫 재판 열려
이명박…이팔성 법정대면 불발
검찰, 김윤옥·사위 이상주 증인 신청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을 마치고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6일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주일 만인 13일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 참모와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는 등 구속재판을 받던 때와 달리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검찰은 재판부에 이 전 대통령의 부인과 사위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재판의 고삐를 바짝 조였고, 이 전 대통령 쪽은 증인 신청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보석 이후’ 양쪽의 공방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이 전 대통령 일가가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법정에 세우기 위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비망록에 이 전 대통령 취임 전후(2008년 1~5월) 금품로비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1심에서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이상주(이 전 대통령 사위) 정말 어처구니없는 친구다. 내가 준 8억원 청구 소송 할 것임” “김윤옥 여사님 생신. 일본 화장품(16만엔) 선물로 보냄” 등 그 내용이 공개되며 큰 파장을 낳았다.
이 전 대통령 쪽은 1심과 달리 이 전 회장 등을 비롯해 검찰 수사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이들을 대거 항소심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 앞에서 법정진술을 해야 하는 불안감 때문에 몸이 좋지 않다”며 출석을 거부했는데,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대통령과 대면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신문을 하면 된다”며 출석을 강제하기 위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이 전 대통령을 보석으로 풀어준 재판부가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검찰로서는 자칫 이 전 회장이 수사 때와 다른 진술을 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검찰은 ‘이팔성 비망록’에 등장하는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변호사를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검찰은 두 사람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인물로, 대가성이 있었는지 밝힐 핵심 증인이다. 김씨가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아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부인 이름을 거론하자 ‘발끈’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변호인 역시 “1심에서 사전수뢰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구성 요건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났다. 검찰이 이를 유죄로 뒤집는 데에는 두 사람의 증언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법률 해석의 문제만 다투면 되는데 검찰이 망신주기 식으로 일부러 증인신청을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날 재판은 이 전 회장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40여분 만에 끝났다. 보석 상태인 이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서울 논현동 집으로 돌아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