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의 실소유주로 뇌물·횡령 등의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으로 수감 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보석으로 풀려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확 달라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항소심 재판이 본격화 된 15일, 이 전 대통령은 옛 하급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면 변호인과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방해 공작’을 벌였다. 검찰이 항의하면 다시 대통령이라도 된 듯 “제가 뭘 어떻게 했다고요”하고 닦아세우기도 했다. 보다 못한 재판부가 이를 수차례 막아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증인 불출석으로 재판이 지연됐던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이날 원 전 원장과 김 전 기조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법정에서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을 통해 원 전 원장에게 2억과 10만 달러의 국정원 특별사업비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도 민감한 사안이 나오면 변호인과 소리가 날 정도로 수군대 재판장의 제지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국정원 자금에 대해 질의하자 자신의 변호인과 밀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에 검찰이 재판장을 향해 “피고인이 계속 재판을 방해하고 있다”고 하자마자 이 전 대통령은 “지금 무슨 말씀이에요? 피고인이 어떻게 했다고요?” 라고 직접 맞받아쳤다.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며 “너무 예민하다. 상대방 신문할 때는 말씀 삼가라”고 주의를 줬음에도 수군거리길 반복했다. 방청석에 있던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이재오 전 의원도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검찰을 향해 큰소리를 쳐 법정 경위의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들을 ‘발끈’하게 만든 사안은 2010년 개성에서 있었던 남북 비밀접촉 당시 대통령에게 들어간 국정원 대북 자금 목적과 관련된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왜 국정원 자금이 대북접촉용으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 것인지 집중 추궁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판 방해’는 그 뒤로도 더 이어졌다. 김주성 전 기조실장에 대한 검찰 쪽 신문이 이어지던 중 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피고인석에서 또 한 번 소란이 일었다. 원 전 원장 전임인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이 전 대통령 편에 전달했다는 국정원 자금 2억 원을 둘러싼 신문이었다. 검찰은 격앙된 피고인석을 향해 “피고인이 증인의 상급자로, 증인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판부도 “피고인은 절대로 말하지 말고 그냥 듣고 계시라”면서 “그게 안 되면 이 전 대통령을 퇴장시킬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결국 재판 말미에 검찰은 “피고인 면전에서 증언이 어렵다는 증인들이 있다며 피고인석과 증인 사이 ‘차폐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변호인단에 이를 검토해 볼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원 전 원장은 “대통령이 국정원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조실장이 당시 저한테 보고하지 않았나 싶은데 청와대 기념품 얘기를 한 것 같다”는 점은 어렴풋이 인정하면서, 변호인이 “2억원을 전달한 게 대통령 지시냐”고 묻자 “그런 걸 갖고 대통령이 얘기하겠느냐”며 이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의 다음 기일은 3월20일로, 이날에는 이병모 전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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