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성모여고 전경과 ‘부산 성모여고 미투 공론화’ 트위터 페이지 갈무리.
‘#성모여고_미투 #성모여고_미투공론화 #성모여고_교내성폭력고발’
17일 자정 기준 트위터에는 이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11만2천여건 가량 올라왔다. 이 폭발적인 해시태그 물결은 지난 16일 부산 성모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직원들에게 당해온 성폭력을 고발하기 위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스쿨미투’ 게시글에서 비롯했다. 학생들은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학교에서 직접 겪거나 들은 성희롱 발언과 추행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학생들은 한시간 가량 시간을 정해두고 #성모여고_교내성폭력고발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을 동시다발적으로 올려 실시간 트렌드에 띄우는 ‘해시태그 총공(총공격)’을 벌이기도 했다.
성모여고 스쿨미투를 위해 마련된 에스앤에스 계정에는 교직원들에게 성희롱 등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1시간에 2~3건 꼴로 꾸준히 올라왔다. 특히 ‘부산 성모여고 미투 공론화’ 트위터 계정에는 익명으로 교사로부터 당한 성희롱이나 불쾌한 신체 접촉에 관한 제보가 잇따랐다. 한 제보자는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어떤 교사가 체육복보다 조금 짧은 반바지를 입은 학생에게 ‘그렇게 짧은 바지를 입고 오면 할아버지들이 너를 반찬으로 오해해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교복 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다가와 ‘이건 장미색이고 너넨 다 장미고 꽃이다’라고 말하며 성적으로 대상화했다”고 말했다.
신체 접촉에 관한 제보도 여러 건 올라왔다. 한 학생은 “한 교사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고 있는 학생에게 귓속말을 하고 갔다. 머리를 쓰다듬고 뒷목을 만지고 손을 잡기도 했다. 피부가 좋다며 볼도 만졌다”고 주장했다.
성모여고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고 지목된 대상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이 학교 신부도 포함됐다. 성모여고는 가톨릭 부산교구 학교법인 산하의 사립학교로,
미사나 고해성사 등 종교 관련 활동을 하는 신부가 교내에 재직하고 있다. 한 학생은 게시글에서 “교목실에 가면 신부님이 볼을 꼬집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 스킨십을 자주 했다.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학생의 허리를 팔로 감싸 다시 앉혀 자신의 몸쪽으로 붙이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신부님은 수업에 들어오셔서 ‘계집애들은 말이 많아서 싫다’ ‘너네가 계집애인 걸 당연하게 알아라. 남자애였으면 벌써 맞았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도 이 학교 신부가 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말을 하거나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다수 제기됐다.
‘부산 성모여고 미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운영자는 18일 <한겨레>와의 카톡 대화를 통해 “이제는 시대가 변했고 과거에는 문제시되지 않던 일들이 실은 잘못된 일이었음을 (우리 모두) 깨닫고 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의 남자 선생님들은 지속적으로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운영자는 그러면서 “제보는 모두 중복된 내용이거나 직접 겪은 것들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 운영자는 또 다수가 보는 에스앤에스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한 이유를 두고 “수업시간에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선생님들께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친구도 있었는데 혼이 났다. 교원평가 서술 항목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적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에스앤에스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해다.
부산 성모여고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트위터 등에 올라온) 관련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교육청 차원의 조사를 하고 있다”며 “행정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곳에는 다 연락을 했고, 매뉴얼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원평가 당시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없었냐는 물음에는 “교원평가에는 오만 이야기가 다 올라오기 때문에 학교가 아무 때나 (대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육청 차원의 조사도 피해자 노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부주의하게 진행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학교 관계자는 “18일 오전 3교시에 전수조사가 실시됐다. 전수조사에서 피해자의 이름과 피해 내용을 적게 했다. 피해를 받은 아이들은 차후 피해를 볼까 걱정돼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많은 학생들이 (피해자 이름을 적는 방식의 전수조사를 하며) 제보자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것처럼 느껴 두려워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