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하고 신고를 했으나 오히려 폭행 가해자로 몰렸다는 글을 올려 경찰관과 클럽 이사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김상교(28)씨가 19일 오전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강남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이 신고자 김상교(28)씨를 위법한 방법으로 현행범 체포를 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19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같은 내용의 결정문을 내고 19일 오후 2시 인권위 사무실 11층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인권위가 낸 보도자료 등을 보면, 김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11월24일 아들 김씨가 강남 클럽 버닝썬 앞에서 클럽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후 경찰에 신고했는데 오히려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체포와 이송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부상을 입었음에도 지구대에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12월23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당시 조치가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클럽 직원들에게 위협적으로 달려들고 경찰관들에게도 시비를 걸어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김씨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체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경찰은 112신고사건처리표, 현행범인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등 시시티브이영상, 경찰관의 바디캠 영상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경찰이 제시한 현행범인체포서가 크게 4가지 점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이 작성한 현행범인체포서에는 ‘김씨가 20여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다’고 적혀있으나 인권위가 시시티브이 등 영상을 확인한 결과 김씨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건 약 2분이었다. 경찰은 또 체포서에 ‘김씨가 경찰관에 수차례 욕설을 했다’고 적었으나 김씨가 욕을 한 횟수는 1번이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이 미리 체포를 경고하고 신분증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인권위가 시시티브이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경찰이 김씨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는 과정은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가 먼저 경찰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사실과 다르다고 봤다. 박광우 인권위 침해조사국 조사총괄과장은 “김씨가 경찰에 한 차례 욕설을 하며 약 20초 동안 항의하자 경찰이 김씨에게 발을 걸어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전날 인권위 조사에 출석한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경찰이 김씨에게 미란다원칙을 체포 후 고지하고,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구급대원의 의견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의 어머니가 진정서에 “아들이 경찰차를 타고 역삼지구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아들에게 폭행을 하고 욕설을 했다”고 적은 내용에 대해서는 김씨의 고소로 경찰이 수사 중에 있는 내용이라 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 현행범 체포 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범죄수사규칙에 반영하도록 개정하고 피해자가 부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사례가 없도록 업무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강남경찰서장에는 당시 출동한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 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경찰청 합동조사단은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현재 관련 자료 확인 및 외부 자문 등 조사 절차가 마무리 단계인 만큼 인권위의 권고를 충분히 검토해서 조만간 공식입장과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