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이후 첫 실형 판결을 받은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의 항소심에서 검찰은 징역 8년을 구형했다. 1심에서 이 전 감독은 6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26일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한규현)는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감독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추가된 두 혐의를 포함해 징역 8년형을 요청한다”며 “이 전 감독 쪽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해주기 바란다”고도 말했다.
이 전 감독은 최후 진술에서 “모든 게 제 불찰이라 생각한다. 응당한 대가를 받겠다”고 말하면서도 변호인을 통해서는 ‘청바지 성폭행 불가론’ 등 구시대적 논리까지 펼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 전 감독의 강제추행 행위에 대한 피해자 진술에 모순이 있다며 피해자가 입은 ‘청바지’를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입은 청바지는 헐렁하지 않았다. 바지 안으로 손가락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그랬다면 벨트를 하지 않는 이상 흘러내릴 바지였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꽉 끼는 ‘공연의상’도 도마에 올랐다. 변호인은 “허리 부분이 끼는 공연의상을 입은 피해자의 상의를 올려 속옷을 벗기고 손을 넣는 것은 객관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방청석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으나 이 전 감독은 방청석을 등진 채 돌아 앉아 변론을 들었다.
이 전 감독 쪽은 예술을 하는 ‘연출자’와 ‘배우’의 특성을 고려해 달라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 초반부터 “배우들은 판타지와 허구에 매우 익숙하고, 감정적 언어에 능통하다”며 배우인 피해자들이 ‘허구의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누명을 벗을 객관적 자료를 살펴달라”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변론 말미에도 “피고인은 연출자이고, 피해자는 배우라 성적 수치감을 느끼는 데 일반인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피해자의 진술을 일반인과 다른 기준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1심 때 무죄 선고를 받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증인 신문도 함께 이뤄졌다. 이 전 감독 아래에서 안무를 하던 피해자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위력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감독의 항소심 선고는 4월9일로 예정됐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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