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김기덕씨가 김씨에 대한 미투 의혹을 폭로한 당사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일 영화감독 김기덕(59)씨가 김씨를 둘러싼 폭행·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여성 배우 ㄱ씨와 해당 의혹을 보도한 <문화방송>(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김씨는 소장에서 “ㄱ씨와 문화방송 피디(PD)수첩이 허위의 주장을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의 소가(소송물가액)는 모두 합해 10억원에 달한다.
ㄱ씨는 2017년 김씨를 폭행 및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ㄱ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김씨가 연기 지도를 명분으로 뺨을 때리고 사전 협의 없이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폭행 혐의가 인정돼 같은해 말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성폭력 혐의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지난해 3월 ㄱ씨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김씨의 성폭력 의혹을 보도했다.
자신의 미투 의혹이 불거지자, 김씨는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한 폭로자들과 이를 보도한 방송사, 김씨를 규탄한 여성단체에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무혐의 판단이 나온 뒤 김씨는 ㄱ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고, ㄱ씨를 비롯해 방송을 통해 미투 의혹을 폭로한 여성들과 피디수첩 제작진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2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ㄱ씨가 강제추행치상으로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은 관련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허위로 고소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방송 제작진의 취재 과정을 살펴봤을 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월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서부지법에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김씨는 소장에서 한국여성민우회가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자신의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막작 초청을 취소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자신을 미투 가해자로 낙인찍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수많은 피해 증언에 대해 사과나 성찰도 없이 역고소로 대응하는 김씨의 행보에 분노한다.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해자로 지목당한 이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역고소나 민사소송은 관행화돼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이런 대응방식 때문에 더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여성단체들은 피해자들과 연대해 민·형사상 대응을 남발하는 김씨에 맞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정정보도문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ㄱ’씨쪽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사는 2019년 1월2일 ‘김기덕 감독 성폭력 알린 여배우, 무고죄 혐의 벗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11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남자 배우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