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김학의 가로막은 출국금지의 모든 것
지난해 출금 1만5천명…증가세
세금체납, 범죄수사, 형사재판 순
사전통보 없어 대부분 공항 가 알아
김 전 차관, 출금 여부 사전 확인
공항에서 티켓 발권·출국심사 통과
출입국당국, 법무부 보고→긴급 출금
김학의 가로막은 출국금지의 모든 것
지난해 출금 1만5천명…증가세
세금체납, 범죄수사, 형사재판 순
사전통보 없어 대부분 공항 가 알아
김 전 차관, 출금 여부 사전 확인
공항에서 티켓 발권·출국심사 통과
출입국당국, 법무부 보고→긴급 출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밤 타이 방콕행 비행기에 오르려다가 긴급 출국금지를 당했다. 그는 출국금지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출국길에 나섰지만 출입국 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탑승 게이트 앞에서 발목이 묶였다. ‘한밤의 소동’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두루두루 살펴봤다.
긴급 출금은 ‘피의자’로 한정
“피내사자에 무리한 법적용” 논란
출금 미리했다면 논란 피했을 것 하지만 검찰 수사 관행을 잘 알고 있는 김학의 전 차관은 비행기 표를 끊기 전에 출국금지 상태인지를 미리 알아봤다.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보면, 누구나 신분증을 갖고 공항이나 항만, 서울 광화문 등에 있는 출입국관리소를 직접 찾아가면 출국금지를 확인할 수 있다. 소송을 위임받은 변호사도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은 출입국관리소를 통하는 ‘공식 절차’를 밟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 전 차관 쪽이 출입국관리소에 방문해 출국금지를 확인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김 전 차관이 타이 방콕행 비행기표를 끊던 당일(22일) 오전과 문재인 대통령이 진상 조사를 지시한 다음날(19일)에 법무부 청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익 법무관 2명이 출입국정보관리시스템(ICRM)에 접속해 ‘김학의’라는 이름을 입력해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김 전 차관이나 그의 부탁을 받은 누군가의 요청으로 출국금지 조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야 출국 시도’를 가능케 했던 내부 공조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법무관을 상대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한 이유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출국금지가 안 돼 있다는 것을 확인한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밤 비행기 티켓을 사서 출국을 시도했다. 하지만 ‘긴급 출국금지’ 조처(출입국관리법 제4조6)로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일반 출국금지와 별개로, 긴급하게 출국금지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은 공항에서 바로 출입국 공무원에게 특정인의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징역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범죄 피의자’가 ‘도망할 우려가 있을 때’ 등이 그 요건이다. 긴급 출국금지는 현장에서 바로 집행하기 때문에 법 적용 기준이 일반 출국금지보다 엄격하다. 23일 0시20분에 출발하는 타이 방콕행 타이에어아시아엑스 703편을 타려고 김 전 차관이 출국심사대를 통과해 인천국제공항 탑승 게이트까지 도착했다. 그 사이 출입국당국은 숨 가쁘게 움직였다.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법무부에 보고했고 대검찰청 과거진상조사단에 속한 동부지검 검사가 보낸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받았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려는 김 전 차관의 앞을 출입국 공무원이 가로막았다. 김학의의 경우…사전 출금 했더라면 김 전 차관은 출국금지와 달리, 긴급 출국금지는 그 대상을 ‘피의자’로 한정해 형사입건되지 않은 자신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출입국관리법을 보면, 긴급 출국금지는 ‘범죄 피의자’로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형식적인 입건 여부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범죄 혐의자라면 피의자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진상조사단에서 수사로 전환할 정도로 조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출국을 시도하자 피의자로 보고 긴급 출국금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도 ‘피의자’로 한정하지만, 입건되지 않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하면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거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해 미리 출국금지 조처를 취해 불필요한 논란을 비껴갈 수 있었다. 피내사자 신분인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이 아닌 일반 출국금지는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수사관행을 꿰뚫고 있는 전직 검사에게 허를 찔렸고, 한밤의 긴급 출국금지로 부랴부랴 무마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고위 검사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느닷없이 출국하리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지 않나. 재수사 권고를 결정한 뒤 출국금지 등 법적 절차를 차근차근 밟으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신지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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