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4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날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씨 등이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관련해 동료 여성 연예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중순 불법촬영 피해자 명단을 모았다는 일명 ‘정준영 리스트’에 이어 승리의 성접대 의혹에 동료 여배우가 연루됐다는 루머까지 확산하면서 이들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드라마 캐스팅이 불발되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배우 고준희씨는 최근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한국방송>(KBS) 2TV 새 월화드라마 ‘퍼퓸’에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제작사 쪽과 최종 합의했다. 고씨는 지난달 23일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승리가 2015년 일본 사업가를 접대하는 파티를 준비하며 동료 남성 연예인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공개된 이후 성접대 루머에 시달렸다. 공개된 당시 대화에서 승리는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라는 시간을 언급했고, 이에 정준영씨는 “알겠다. 여자들 8시까지 오라고 하면 되지?”라고 답했다. 이어 “승리야 OOO(여배우) 뉴욕이란다”라는 그룹 에프티아일랜드 멤버 최종훈(29)씨의 말에 승리는 “누나 또 뉴욕 갔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방송 이후 누리꾼들은 승리 일행의 대화에서 언급된 여배우의 신상을 캔 뒤 이 인물이 고준희씨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고씨가 승리와 같은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으며, 실제 2015년 12월께 미국 뉴욕에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씨는 성접대 루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에서 “승리와 같은 와이지 소속사였지만, 승리의 사업상 접대 등에 참석했거나 참석 요청을 받았거나 유사한 관계라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의혹과 관련된 인물이 누구일지언정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피해자가) 가십거리로 소비되며 비난받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어 자신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에는 배우 정유미씨와 이청아씨, 오연서씨 등이 ‘정준영 리스트’(정준영 불법촬영 피해자 명단)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에스엔에스나 소속사 입장문 등을 통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승리-정준영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지라시에서 여러 명의 이름을 봤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여성 연예인들의 연루설에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승리와 정준영 일행의 단톡방 사건으로 동료 여성 연예인들이 엉뚱한 피해를 입는 상황에 대해 ‘성범죄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비난받아야 하는 건 대화방에서 불법촬영 유포와 성접대를 공모한 승리와 정준영씨 일행의 성범죄”라며 “불법촬영 피해자와 접대 자리에 있었던 여성 연예인이 누구냐를 따지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령 특정 연예인이 승리의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제기해야 할 문제는 고 장자연씨 사건 이후에도 여성 연예인을 유력인사나 사업가들의 성접대에 동원하는 연예 산업의 구조”라고 덧붙였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도 “여론은 고 장자연씨 사건과 승리·정준영의 단톡방 사건을 개별적인 문제로 바라보지만, 두 사건 모두 여성을 자신의 정치적, 사업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남성 중심적인 연대 문화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여성 연예인이나 불법촬영 영상 등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성범죄 가해자에게 향해야 할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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