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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랜 관행’이 아니다. 성폭력이다” 이윤택 2심 7년 선고

등록 2019-04-09 16:12수정 2019-04-09 20:47

1심보다 1년 늘어난 7년형 선고
“피해자들 꿈과 희망 짓밟아”
추가 기소 사건 유죄로 뒤집혀 “위력에 의한 추행 인정”
9일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윤택 전 감독의 항소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전달했다.
9일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윤택 전 감독의 항소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전달했다.
문화예술계 ‘미투’의 시발점이 된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받은 징역 6년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9일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한규현)는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및 상습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감독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이 “자신의 보호감독 아래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뿐 아니라 꿈과 희망도 함께 짓밟은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더하여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 및 10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 제한도 명했다.

이 전 감독은 자신의 행위가 “연기 지도의 일환”이라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과 단원들은 도제식 교육을 받는 고용 관계에 있어 피해자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보았다. 따라서 “피해자가 항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신체 접촉을 승낙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감독 쪽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의 주요 부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은 충분히 일관적”이라며 이 전 감독 혐의를 인정했다.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공소사실 일부가 유죄로 바뀌면서 형량도 1년 늘었다. 특히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던 추가 기소 사건이 유죄로 뒤집힌 것이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다. 이 전 감독은 2014년 밀양 연극촌에서 안무가로 일한 단원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해 추가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가 연희단거리패 단원이 아니었다며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단순한 외부 조력자로 안무를 도운 것이 아니라 밀양연극촌 일원으로서 안무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전 감독은 피해자를 보호감독할 지휘에 있었으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것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호를 맡은 서혜진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이 “연극계 거장으로 권력을 누리던 사람이 자신을 믿던 단원을 향해 저지른 권력형 성폭행”이라고 말했다. 또 “23명의 피해자들의 용기와 1년동안 스무번의 재판을 거치며 지치지 않고 버텨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 전 감독 ‘미투’에 동참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도 “오늘의 판결을 환영한다. 당연하고 마땅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생존자들은 익명으로 연대하며 피해 사실을 세상에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미투의 흐름을 바꿔볼 것이다”라는 포부도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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