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11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재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낙태죄가 헌법에 맞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11일 결정은 재판관 아홉 명이 결정 전날까지 논의한 끝에 도출됐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하면, 헌법불합치 판단이 담긴 ‘결정문’은 선고를 불과 두 시간 앞두고 최종 완성됐다. 헌재 재판관들은 선고 전날까지 날마다 회의를 하며 머리를 맞댔고, 구체적 표현과 문구 하나하나를 검토했다. 선고 당일 아침에도 회람 절차를 거쳤고 헌재 공보관실에는 낮 12시가 되어서야 최종 결정문이 도착했다. 헌재 관계자는 “결정문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재판관 아홉명이 모두 자기 생각이 뚜렷해, 결정문을 회람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은 떠오른 생각이 사라질까봐 꼭두새벽부터 헌재에 출근해 결정문 작성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이번 결정이 퇴임 전 마지막 선고인 만큼 낙태죄 판단을 마무리 지으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조 재판관과 서기석 재판관은 오는 18일 임기를 마친다. 조 재판관은 이날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대하고도 절실한 공익”이라며 합헌 판단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들은 특히 평의 과정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심했다고 한다.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재판관 4명(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 위헌 판단을 한 재판관 3명(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임신중절 허용 사유로 사회·경제적 이유를 포함시킬 것인지, 출산 시기를 나눠 초기에만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 논쟁했다고 한다.
재판관 중에 종교를 가진 이도 있지만, 종교적 신념보다 헌법적 판단을 우선에 뒀다고 한다. 가톨릭과 개신교 등은 ‘태아는 신이 내려준 생명이기 때문에 낙태는 살인과 같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고한솔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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