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탈세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아무개(왼쪽)씨와 사장 임아무개씨가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아무개(46·구속)씨가 조세포탈을 지시하는 등 클럽 운영 전반을 주도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강씨가 아니라 다른 영업사장이 아레나 실소유주라는 취지의 녹취 등이 공개됐지만, 경찰은 이를 일축할 증거를 다수 확보한 상태에서 강씨와 국세청 등의 유착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은 강씨가 직원들에게 조세포탈 지시를 내리는 문자 메시지와 텔레그램 메시지 등 강씨를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볼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는 2014년부터 아레나를 비롯해 유흥업소 16곳의 실소유주로서 현금 거래를 통해 매출액을 속이는 수법 등으로 160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구청과 소방서 등에 전방위 로비를 한 혐의로 지난달 26일 구속됐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강씨는 클럽 직원들에게 ‘현금을 특정 계좌에 입금하라’라고 지시하는 등 수차례 조세포탈로 볼 수 있는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 강씨는 매일 클럽의 하루 매출, 주류 재고 등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클럽 운영을 주도했다고 한다. 이들 메시지는 모두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기 전 강씨와 클럽 직원 등이 주고받은 것이다. 반면 다른 영업사장들은 조세포탈은 물론 클럽 운영에 관한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실제 업무와 조세포탈에 대한 지시를 누가 했느냐가 아레나의 실소유주를 가릴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강씨가 아닌 다른 영업사장이 아레나 실소유주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녹취가 잇달아 공개되며 ‘강씨가 실소유주가 맞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경찰이 강씨가 실소유주라는 구체적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는 강씨와 강씨를 둘러싼 유착 의혹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근 공개되는 녹취의 경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이후 아레나 운영진 사이 벌어진 내부 갈등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강씨와 아레나 영업사장들은 법적 책임 등을 놓고 둘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조세포탈 혐의로 아레나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해 국세청은 아레나 회계담당자의 제보를 받아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160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로 아레나 명의상 대표 등 6명을 고발했다. 강씨는 당시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씨를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보고 제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국세청을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이를 통해 국세청이 조사 초기부터 강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고, 강씨가 실소유주라는 제보도 확보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국세청이 강씨를 의도적으로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을 재차 압수수색 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강씨가 실소유주”라는 아레나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함께 텔레그램 메시지 등 증거를 확보했다.
이후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로 넘어갔지만, 지수대에서도 강남경찰서의 초기 수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수대는 앞으로 강씨를 중심으로 아레나와 각종 관공서 사이 유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강씨 외에도 아레나 영업사장 임아무개씨를 구속하고, 강씨의 동생 ㄱ씨를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전직 공무원 1명을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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