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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버닝썬 유착 혐의 경찰이 유착 수사…“성폭력 경찰이 성폭행 범죄 수사하는 꼴”

등록 2019-04-19 17:00수정 2019-04-19 19:20

유착 사건 수사하던 광역수사대 경찰관, 유착 혐의로 입건
황하나 마약 불기소 처리한 경찰도 같은 광수대 2계 소속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버닝썬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경찰청 현판을 청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버닝썬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경찰청 현판을 청소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최근까지 경찰과 클럽 버닝썬 등 유흥업소의 유착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 경찰이 또 다른 강남 클럽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입건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광수대가 경찰 유착 사건을 계속 수사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아레나 실소유주) 강아무개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클럽 ‘아지트’에서 미성년자를 출입시키고 경찰과 유착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하던 중 사건을 무마해준 강남경찰서 경사와 광수대 경위 등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해당 경찰 2명은 강남경찰서 수사과 경제팀 ㄱ경사와 광수대 2계 소속 ㄴ경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설명을 보면, 2017년 12월 미성년자가 아지트에서 술을 마신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는데, 사건을 맡은 강남경찰서가 혐의가 없다며 이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례적인 사건 처리로 당시 ㄴ경위가 평소 친하던 ㄱ경사에게 사건 무마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아레나와 아지트의 실소유주인 강씨가 측근인 임아무개씨에게 사건 해결을 지시해 임씨가 ㄴ경위에게 돈을 전달하며 사건 무마를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임씨와 ㄴ경위의 관계, 오간 돈의 금액 등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ㄴ경위가 속한 광수대 2계가 현재 강남경찰서의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 혐의 없음 처분과 관련한 유착 의혹 수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은 지난해 7월7일 미성년자 ㄷ씨가 버닝썬에서 부모 돈으로 1800만원을 결제해 경찰에 신고됐는데, 강남서에서 ㄷ씨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고 역시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사건이다. 버닝썬 이성현 대표는 지난해 7월 전직 경찰관 강아무개(44)씨를 통해 이 사건을 무마해달라며 강남경찰서 전·현직 경찰에게 2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이와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광수대는 당시 경찰이 클럽 등과 유착해 사건을 처리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광수대 2계 소속 경찰의 유착 혐의 포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은 지난 11일 “2015년 황하나씨의 종로경찰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 2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실 수사가 확인돼 이들을 대기 발령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부실 수사를 한 것으로 드러난 경찰관 2명 가운데 1명도 현재 광수대 2계 소속인 ㄹ경위다. 앞서 황씨는 2015년 9월께 강남 모처에서 대학생 조아무개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 종로경찰서는 ‘황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황씨를 단 한 차례도 소환 조사하지 않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황씨는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광수대2계 소속인 ㄹ경위가 당시 종로경찰서에서 황씨를 조사하면서 어떤 역할을 했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착 경찰관이 오히려 유착을 수사하는 영화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유착 수사를 유착 혐의가 있는 경찰에게 맡기는 것은 마치 성폭행 범죄 이력이 있는 경찰이 성폭행 범죄를 수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경찰이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과 비슷한 유형의 사건의 당사자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광수대의 수사 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찰이 내부의 잘못된 부분까지도 칼을 대서 명백하게 밝혀냄으로써 수사 과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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