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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튜브 치니 마약광고 주르륵…“입금 한시간 안에 아이스 던지기”

등록 2019-04-20 15:04수정 2019-04-20 16:05

[토요판] 뉴스분석 왜
마약사범 건수·압수량 증가세
최근엔 인터넷·SNS 활용이 대세
서로 얼굴 안보고 주고 받아
일반인도 언제든 접근 가능해져
다크웹·가상화폐 등 수법 첨단화
“적발 건수보다 20~30배 많을 것”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강남으로 직접 오신다면 20∼30분 사이 수령 가능, 서울·경기 지역이면 입금 후 1시간 이내 수령 가능. 반작 50, 한작 80에 드립니다. 무통장 선입금 후 던지기입니다.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 통장은 한달 사용 후 교체합니다. 저희는 분야별로 세분화돼 각 분야의 베테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최상급 아이스로 정직하게 거래하겠습니다.”

기자가 18일 유튜브에서 ‘작대기’, ‘아이스’ 등 필로폰을 뜻하는 은어로 검색하자 몇 분만에 광고가 나왔다. 마약 판매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게시물에 텔레그램 아이디를 써놓고 있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국내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4년 9984건에서 2015년 1만1916건, 2016년 1만4214건, 2017년 1만4123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만2613건으로 그 수가 조금 줄었지만 마약 압수량은 급증했다. 전체 마약류 압수량은 2015년 185.5kg, 2016년 244.4kg, 2017년 258.9kg에서 지난해 517.2kg으로 늘었고, 이중 마약 밀수입 압수량은 2016년 39.4㎏, 2017년 32.6㎏에서 2018년 298.3㎏으로 증가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

단순히 통계로 보이는 증가 추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반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트위터, 텀블러 등 인터넷과 에스엔에스(SNS)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면 마약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떨’과 ‘고기’는 대마초를, ‘캔디’는 엑스터시, ‘얼음’ ‘작대기’ ‘아이스’ ‘빙두’는 필로폰을 의미한다. 주로 해외에 서버가 있는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이용해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하는 비대면 거래다. 이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드롭’이라고도 불리는 ‘던지기’(거래자끼리 직접 만나지 않고 마약을 특정 장소에 두고가면 가져가는 것) 수법을 쓴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방송인 하일씨도 이 수법으로 마약을 샀다. 투약자가 검거되더라도 인터넷엔 마약상이 여전히 넘쳐나는 이유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류 범죄 수사 건수는 2014년 8건에서 2017년 54건으로 늘었다. 수사 단계까지 가지 않고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 요청을 한 건수는 같은 기간 345건에서 7890건으로 급증했다. 회사원 마약사범은 2013년 335명에서 2017년 522명으로 4년 새 64.7% 늘었고, 마약 혐의로 검거된 주부들 역시 같은 기간 106명에서 152명으로 43.3% 증가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거래를 하게 되면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게 된다. 전문적인 마약사범끼리 서로 만나 거래를 하던 과거보다 마약사범 검거가 더욱 어려워진 이유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탓에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투약사범부터 공급책, 밀수책까지 거슬러 올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검사는 “단순히 마약을 투약하는 사람보다는 마약을 공급하는 조직을 검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대면 거래와 점조직이 대세가 되면서 마약수사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마약사범들이 이용하는 기술도 점점 첨단화·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는 마약 거래 누리집을 만들어 마약을 판매하고 매매를 알선한 운영자 신 아무개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얼핏 보면 흔한 마약 사건 같지만 특정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한 이른바 ‘다크웹’에서 활동하는 마약 유통 조직을 적발한 첫 사례다. ‘다크웹’은 아이피 주소 추적이 어렵게 만들어진 인터넷 공간이다. 구글, 네이버 등을 통해 사용하는 인터넷은 일종의 표면웹(surface web)이고, 다크웹은 표면웹 밑에 있는 딥웹(deep web)의 일종이다. ‘익스플로러’나 ‘크롬’ 같은 흔히 이용되는 웹브라우저로는 접속할 수 없고, 여러 국가의 네트워크를 거치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를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다크웹에서는 마약은 물론 무기, 아동포르노까지 유통되기 때문에 ‘인터넷 세계의 뒷골목’, ‘지하 세계의 백화점’으로 불린다. 신아무개씨는 다크웹에 ‘시온의 언덕’이라는 누리집을 개설해 지난해 3~11월 필로폰, 대마, 엘에스디(LSD) 등 마약류를 50여회 팔았다. 사이트를 이용하는 ‘회원’ 수는 636명이고, 16개 판매팀이 그 안에서 활동했다. 마약을 구매하는 대가로는 ‘다크코인’을 지불했다. 다크코인이란 별도의 세탁 과정 없이도 거래 기록을 감출 수 있어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를 통칭한다.

지난해 10월 대구지검 강력부가 인천지검 등과 공조수사로 압수한 필로폰 28.5㎏(시가 950억원 상당).
지난해 10월 대구지검 강력부가 인천지검 등과 공조수사로 압수한 필로폰 28.5㎏(시가 950억원 상당).

감기약으로 직접 제조하기도

수사당국은 국제 마약범죄조직 사이에서 한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 주된 ‘고객’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한국은 필로폰을 밀수하기 위해 이용되는 중간경유지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직접 대량의 마약을 소비하는 국가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말레이시아인 ㄱ씨는 말레이시아에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려다 붙잡혔다. 배와 허벅지에 얇게 펴서 포장한 필로폰을 복대로 감고 한국으로 밀수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인천지검과 인천세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사이 ㄱ씨를 포함해 8명의 말레이시아 필로폰 운반 조직원들을 구속기소하고, 이들이 들여오려던 필로폰 13.3㎏을 압수했다. 44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인천세관과 인천지검 등의 ㄱ씨 검거 작전은 긴박하게 이뤄졌다. ㄱ씨가 입국하기 하루 전에야 ㄱ씨를 사전입국심사제도(APIS)에 등록할 수 있었다. 하루라도 늦었다면 ㄱ씨는 필로폰 3㎏을 들고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ㄱ씨를 포함해 말레이시아인 3명의 정보는 일본 경찰청과 일본 세관으로부터 확보됐다”며 “한국 검찰과 세관은 일본 쪽으로부터 관련자들의 명단을 받아 수사에 참고했고, 국가정보원과 검찰, 세관이 확보한 정보와 일본 쪽 정보를 비교 검증하면서 수사망을 좁혀갔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이 말레이시아인이 국제적 마약조직의 운반책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마약 밀수 수사는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정보를 입수하는 게 관건이다. 마약 수사에 대한 국제 공조가 중요해지면서 지난 1월, 대검찰청 마약과는 미국 마약단속국(DEA), 중국 공안, 일본 경찰청, 태국, 말레이시아 관계자 8명과 관계국 회의를 열기도 했다.

최근엔 국내에서 직접 필로폰을 만드는 이들도 늘고 있다. 2017년 감기약으로 필로폰 13g을 직접 만든 혐의로 대학원생 황아무개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황씨는 약국 여러 곳을 돌면서 사들인 감기약 500정에 포함된 필로폰 원료 ‘슈도에페드린’을 추출했고, 몇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쳐 필로폰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최근엔 슈도에페드린이 포함된 감기약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슈도에페드린으로만 만들어진 약품은 병원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성분과 섞여 있는 경우엔 일반의약품으로 별도 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국내 감기약이 외국으로 대량 수출된 뒤 마약으로 다시 만들어져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마약 수사를 오랜 기간 담당해온 한 검사는 식약처의 적절한 규제를 강조했다. 그는 “국내 감기약이 태국, 멕시코 등으로 대량 수출되고 있다. 식약처에서 마약 원료 물질은 규제하고 있지만, 마약 원료 물질이 혼합된 상품은 규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마약청정국 환상 이제 그만

전문가들은 마약청정국이란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용어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흔히 ‘마약청정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 기준을 10만명 당 20명이라고 이야기해왔다.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13년까지 10만명 당 19.4명이었지만, 2017년에는 27.5명으로 증가했다. 이 기준에 비추어봐도 한국은 이미 마약청정국가 지위를 잃은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공식적인 마약사범 적발 건수는 실제 국민들의 생활권으로 마약류가 파고든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기홍 대검찰청 마약과장(부장검사)은 “마약류를 투약하지만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가 적발건수의 20~30배에 이를 것”이라며 “마약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유관기관인 검찰이나 경찰·식약처·관세청 등이 유기적으로 공조를 해서 단속 체계를 강화해야 하고 투약사범의 재범 방지를 위해 원인과 유형별로 재활 치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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