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닝썬 수사 결과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찰 152명이 매달려 3개월 넘게 진행한 수사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여성착취를 계속 방조하고 협조하겠는 의미를 가진 선언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이 ‘명운’을 건 결과라면, 경찰의 명운은 다한 것이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핵심을 밝히지 못한 채 끝난 버닝썬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여성계의 주장이 나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 시민단체는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버닝썬 수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수사 결과에 경찰 유착 등 핵심 내용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효린 대표는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경찰과 성 산업의 유착 관계는 혐의가 없고, ‘경찰총장’ 윤 총경도 혐의가 없고, 승리를 비롯한 클럽 버닝썬의 핵심 인물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게 됐다”며 “핵심은 경찰 유착이다. 버닝썬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라”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가 남성들의 강간 문화를 공고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버닝썬 사건이나 장자연 사건이나 마찬가지다. 여성이 권력자들의 유흥을 위해, 기업인들의 비즈니스를 위해, 남성 연대를 위한 접대의 도구로 착취된 사건이다. 승리 버닝썬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처벌하지 않으면 한국은 앞으로도 ‘내부자들’을 위한 강간의 왕국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수뇌부가 버닝썬 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 기구인 경찰은 여성에게 일어난 성폭력의 문제를 성역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해야 했다. 경찰청은 명운을 다하지 못한 수사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경찰은 분명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는 자세로 버닝썬 수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이 상황이 ‘명운’을 건 결과라면, 경찰의 명운은 다한 것”이라며 “민갑룡 경찰청장이 수사에 책임을 지고,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여성 대상 범죄 말로만 근절하냐, 무능 경찰 규탄한다” “강간 문화 비호하는 경찰조직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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