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구조대원들이 29일 밤 침몰한 유람선 인어의 생존자 확인을 위한 수색 작업에 나서고 있다.부다페스트/MTI
33명의 한국인 관광객과 2명의 현지 승무원을 태운 채 전복된 헝가리 유람선 참사는 며칠 간 내린 홍수로 물이 불어난 강에 노후한 배를 띄워 발생한 ‘안전 불감증’ 사고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에이피>(AP),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 보도를 모아 보면, 29일 오후 9시께 한국인 관광객 33명을 태운 유람선 ‘하블라니’(인어)가 부다페스트의 관광 명소인 의사당 부근에서 더 큰 배와 충돌해 침몰했다.
외신들은 “두 배가 충돌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지만, 며칠째 내린 큰비로 인해 거세게 출렁이는 어두운 강 위에서 양쪽 배 승무원들이 배를 정밀하게 조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헝가리 선박 전문가는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유람선이 자신보다 훨씬 더 큰 배와 충돌한 뒤 빠르게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유람선이 더 큰 유람선과 충돌한 이유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보도했다.
29일 한국인 관광객 33명을 태우고 전복된 유람선 하블라니. 파노라마데크 누리집 갈무리
사고가 난 ‘하블라니’는 길이가 27m인 2층 짜리 유람선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배는 1949년 옛 소련에서 만든 제작된 지 70년이 된 노후선으로 1980년대 헝가리에서 만든 150마력짜리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다. 배의 정원은 60명이었다. 선주인 파노라마데크는 현지 언론에 “2003년 유람선으로 운항을 시작했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 회사의 대변인은 <에이피>(AP) 통신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는 일상적인 ‘시내 관광’ 운항 중이었다. 배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현재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지금까지 헝가리 구조대가 14명을 건져냈고, 21명이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구조된 이들 가운데 7명이 숨졌고, 7명은 저체온증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안정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외신들은 강의 수온이 10~12도로 매우 낮고, 사고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며 실종자들의 상태를 우려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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