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아이콘에서 활동하다 마약 논란으로 탈퇴한 비아이(김한빈)가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2016년 8월, 아이콘 소속사인 와이지(YG) 양현석(
사진) 대표가 수사 무마에 직접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 대표는 마약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당시 연예 지망생 한서희씨를 만나 비아이가 연루됐다는 진술을 번복하라고 종용하면서, 그 대신 변호사 선임 등 편의를 봐주는 거래를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 대표와 한씨의 만남 이후, 한씨가 비아이와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는 진술이 담겼던 피의자 신문 조서엔 비아이 관련 대목이 아예 삭제된 것으로 나타나 와이지와 경찰의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한씨를 대리해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를 맡은 방정현 변호사는 1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이 파악한 사건의 전말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방 변호사는 ‘버닝썬 카톡 사건’ 때도 제보자를 대신해 공익신고를 담당한 바 있다. 방 변호사는 지난 4월말 한씨가 찾아와 ‘마약에 대해 비아이와 나눈 카톡 대화를 경찰에 제출했으나 비아이 수사가 무마됐다며 경위를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방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면, 한씨는 2016년 8월22일 1, 2회 조사에서 비아이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며, 이튿날인 8월23일 와이지 사옥에서 양 대표를 만났다. 방 변호사는 “양 대표는 한씨를 만나자마자 녹취를 막기 위해 한씨의 휴대폰을 빼앗았으며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양 대표는 ‘마약 검사를 지금 하더라도 우리 (소속사) 연예인들은 안 나올 거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마약 검사기를 가지고 검사를 하고 적발이 되면 일본에 보내 수액을 맞히는 등의 방식으로 마약 성분을 배출해내기 때문에 마약 성분이 적발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양 대표는 또 한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줄 것이며 어떤 일이 있어도 처벌받지 않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3일 뒤, 와이지에서 마약 검사 등을 전담하는 직원이 한씨를 변호사 사무실로 데려가 변호사를 선임해줬고, 변호인 선임은 한씨의 어머니가 한 것으로 말을 맞추도록 했다. 방 변호사는 “한씨는 (마약과 관련해) 비아이 외에도 다른 많은 연예인들의 이름을 거론했다”며 “와이지는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면서 연예인들을 관리하기 위해 그걸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씨의 신문 조서 기록을 열람한 방 변호사는, 한씨는 당시 마약 건으로 6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다섯번째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이 ‘8월22일 1~2차 조사에선 비아이의연루 사실을 진술했다가 8월30일 3차 조사에선 왜 이를 번복했냐’고 묻는 대목이 나오지만, 이번에 1, 2회 신문 조서를 열람해봤더니 비아이의 범행을 진술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한씨는 1, 2회 조사 때 비아이와 넉달 전 함께 대마를 피웠으며 이후 엘에스디(LSD)를 구해 달라는 비아이의 요구에 따라 구매해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아이는 당시 아예 조사를 받지 않았다. 방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피의자의 신문 조서에 피의자가 진술했던 내용이 작성됐다가 빠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단순하게 돈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거대 권력과의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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