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강원랜드에 채용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강원랜드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케이티(KT), 은행권과 공공기관 등 사회 각 영역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한 출발을 보장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났다.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과 고위 기업의 임직원까지 줄줄이 연루된 채용비리 의혹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금융감독원의 김수일 전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는 각각 2심에서 징역 1년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변호사 경력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임영호 전 자유선진당 의원 아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서류전형의 기준과 결과를 임의로 변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류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이병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지난해 6월 검찰은 하나·우리·국민·부산·대구·광주 흔행 등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해 전·현직 은행장 4명을 포함해 인사담당 임원과 실무자 등 38명을 재판에 넘겼다. 청탁이 있는 경우 서류면접은 통과시켜주는 관행이 확인됐고, 필기나 면접 전형 단계에서 점수를 상향 조작하거나 감점 사유를 삭제하기도 했다. 일부 은행은 청탁 대상자를 별도 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은행장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회장, 함영주 전 하나은행장 등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권 의원은 무죄가 났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연루된 다른 채용비리 의혹 사건은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은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에게 청탁자 명단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같은 당 김성태 의원 딸의 케이티(KT) 부정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석채 전 케이티 회장을 구속하며 수사의 방향을 김 의원 등 사회 유력인사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 직원을 채용하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은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같은 당 황교안 대표가 “스펙이 좋지 않은 제 아들도 케이티(KT)에 입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아빠가 황교안인 게 취업의 비밀”이라는 분석과 함께 황 대표 아들의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넘게 333개 공공기관, 634개 지방 공공기관, 238개 기타 공직 기관 단체를 조사한 결과 친인척 특혜 제공, 부정청탁 관련 서류 조작 의혹 등 18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 이 중 36건은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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