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측 변호인이 지난해 12월4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협의 요청서를 전달하고자 도쿄 지요다구 의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 강제동원 전범 기업의 한국 자산 매각 절차가 올해를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이 낸 매각명령 신청에 대해 법원이 심문절차를 밟기로 하면서,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반년 넘게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달 18일 매각명령신청 채무자인 전범 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매각명령신청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60일 이내에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심문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대리인단 쪽 설명에 따르면, 해당 심문서는 일본어 번역 절차를 거쳤지만 아직 신일철주금에 발송되지는 않았다.
법원이 심문서를 발령하기로 하면서, 연내 매각명령 결정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리인단은 “심문서가 신일철주금까지 송달되는 기간, 신일철주금이 심문서를 송달받은 이후 의견 진술이 가능한 기간(60일)까지 고려하면, 매각명령 신청일로부터 매각명령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7~8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리인 및 지원단은 신일철주금에 대한 심문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것을 전체로 주식을 현금화하는 데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민사집행법(제241조제2항)에 따르면 법원은 매각명령 신청을 허가하기 전에 채무자를 심문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다만, 채무자가 외국에 있거나 소재지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심문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전범 기업 후지코시를 대상으로 진행한 매각명령 신청사건에서 법원은 따로 심문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가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신일철주금쪽이 배상에 응하지 않자, 피해자 쪽은 신일철주금 한국 내 자산에 관해 강제집행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대리인단은 지난 5월1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이 한국에서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피엔아르(PNR) 주식 19만4794주(액면가 5000원 기준 9억7천300여만원 상당)에 대한 매각명령 신청을 접수했다.
한편, 이날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반도체 등 핵심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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