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 번째 낮은 인상률에 저임금 노동자 우려·비판
“박근혜 정부 때보다 1년에 겨우 300원 더 올라”
한국노총·민주노총·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최저임금연대 등이 8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최저임금 삭감요구 사용자단체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거리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보다 240원 오른 시급 8590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2.87%로,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 최임위 전원회의실에서 전체 27명 위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사용자 위원 안 8590원(인상률 2.87%)과 근로자 위원 안 8880원(인상률 6.3%)을 놓고 표결을 벌인 끝에 15 대 11(기권 1)로 사용자 쪽이 제시한 859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했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179만5310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기대했던 저임금 노동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실망한 분위기다. 맥도날드에서 배달노동자로 일하는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2014년(5210원)부터 2017년(6470원)까지 3년간 최저임금은 1년에 약 400원씩 올랐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1년에 약 700원씩 오른 셈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차이는 300원뿐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고작 300원 차이를 놓고 ‘최저임금 올리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조처가 있었던 만큼 이번 결정이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5월 국회는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새로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의 25%(올해 기준 월 39만3천원)를 초과하는 정기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월 11만원)를 넘는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이 비율은 매년 점차 줄어들어 2024년에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로 지급되는 전체 금액이 최저임금에 들어가게 된다. (▶관련 기사 :노동자에 불리한 최저임금법 통과…꽉 막힌 노-정) 2013년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처음 시작했던 구교현 1:10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실질 임금인상 효과를 떨어뜨린데 이어 최저임금 인상률까지 낮으면, 내년도 임금 총액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난해 국세통계연보 기준 근로소득 상위 1%의 초고소득자 월 평균 근로소득(2200만원)과 올해 최저임금(174만5150원)의 차이가 약 12.65배에 달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양극화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8590원이면 겨우 200원 정도 올렸네. 최저시급 1만원 아니면 사람 사는 세상 아니라고 울부짖던 사람들을 찾습니다”(@rindstone), “최저임금 많이 올려줬다고 산입범위 개악은 해놓고, 이번에는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그럼 작년에 최임법 개악이나 하지 말든가”(@191710), “올라봤자 시급 8800원에서 더 오르지 않고 쭉 가겠지. 나는 야간에 고생하는데 9500원 정도는 받아야 할 거 같은데”(@YAAY_YAY)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