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대리모 일을 그만두려면 대리모를 할 수밖에 없었다”

등록 2019-07-13 12:44수정 2022-04-16 10:41

[토요판] 커버스토리/어느 대리모 이야기

30대 여성 김씨, 생활고 시달리다
대리모 세계 들어가…브로커 일 시작
지난 2월 사기죄로 징역 1년 선고
본인도 대리모로 임신…수사 중 출산
인터넷사이트, 계약서 양식 만들어
대리모와 대리모 의뢰인 연결
대리모 비용 4천만~6천만원
1천만원 정도는 브로커 수수료

임신 성공 쉽지 않아 악순환에 빠져
계약금 받은 뒤 이행 실패하면
다른 의뢰인 계약금으로 ‘돌려막기’
3년간 35건 알선…2억4천만원 사기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우리나라에는 대리모 관련 법이 없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대리모를 찾고 대리모 일을 한다. 이런 법과 현실의 괴리 탓에 대리모 브로커가 생겨나고 피해자가 양산된다.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대리모이자 브로커인 김수민(가명)씨 사건을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리모 산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재판 기록과 수사 관계자 이야기 등을 종합해 김씨 사건을 재구성했다.

2016년 가을께 서울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30대 여성 김수민씨가 사기 혐의로 체포돼 입감됐다. 경찰은 다음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는 이틀 뒤 풀려났다. 경찰은 그를 다시 불러 조사했고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재신청된 구속영장 혐의에는 사기 외에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위반도 추가됐다. 법원은 닷새 뒤 구속영장을 재차 기각했다.

김씨의 직업은 대리모 브로커, 그리고 대리모이기도 하다. 김씨는 현재 임신 중이다. 그의 배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는 대리모 의뢰인 부부의 아이다. 김씨는 다음 해 3월 출산을 했고,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어떻게 이길을 걷게 된 것일까.

대리모 일을 시작하기까지

2010년대 초반 재혼한 김씨는 벌이가 넉넉하지 않아 생계가 막막했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우연히 인터넷사이트에서 대리모를 구한다는 글을 봤다. 김씨는 남편을 설득해 대리모를 하기로 했다. 2013년 만난 대리모 브로커가 김씨에게 난임 부부를 소개했다. 경기도 한 산부인과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브로커가 잠적하면서 한 푼도 못 받고 시술을 그만둬야 했다. 그때 김씨는 몇몇 대리모 의뢰인 부부와 대리모 지원자들을 알게 됐다. 한 의뢰인 부부가 대리모를 소개해주면 사례금을 주겠다고 했다. 대리모 두 명을 연결해주고 의뢰인으로부터 300만원을 받았다. 김씨에겐 큰돈이었다.

김씨는 생계를 위해 대리모 브로커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남편이 구글에서 영어로 대리모를 검색해 계약서 샘플을 내려받은 뒤 한국어로 번역해 계약서 양식을 만들었다. 2013년 10월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했다. 구글에서 한글로 대리모를 검색하면 누리집에 연결되도록 했다. 상담은 전화, 전자우편, 게시판 등을 통해 은밀히 이뤄졌다. 김씨가 업무를 총괄했고, 남편은 계좌 관리 등을 도왔다. 김씨는 포털사이트에 있는 육아, 난임·불임, 미혼모, 국제결혼 등과 관련된 인터넷 카페 수십곳에 가입한 뒤 글을 올려 대리모를 모집하거나 대리모를 구하는 의뢰인을 물색했다. 온라인에서 간단한 상담을 한 뒤 합의가 되면 계약서는 직접 만나 작성했다.

계약서는 갑(대리모 의뢰인), 을(대리모 브로커), 병(대리모) 등 3자 간의 약정으로 구성됐다. 김씨가 맺었던 계약들의 내용을 보면, 임신에서 출산까지 외국인 대리모는 4천만원, 한국인 대리모는 6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태아가 여러 명이면 한명당 500만원이 추가된다. 계약서에 서명하면 의뢰인이 계약금 2천만원을 브로커에게 보낸다. 대리모의 병원비와 생활비, 간식비 등은 의뢰인이 추가 부담하고, 출산하면 잔금을 치른다. 브로커는 이 중 1천만원 정도를 수수료로 챙긴다. 대리모 잘못으로 임신이 중단되면 의뢰인이 낸 모든 비용을 배상한다. 의뢰인과 대리모가 만날 때는 반드시 브로커가 동행해야 한다. 대리모는 담배와 술, 성관계, 장거리 이동이 금지된다. 의뢰인과 브로커는 계약할 때 금전 차용증을 동시에 작성한다. 브로커(채무자)는 본인 책임으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의뢰인(채권자)이 낸 모든 비용을 변제한다.

김씨가 브로커로서 진행한 알선 유형은 대리모, 난자 제공, 난자 제공 및 대리모 등으로 나뉜다.

난임 부부 등이 대리모를 소개해달라고 의뢰하면 김씨가 대리모를 소개해주고 의뢰인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으로 수정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임신이 되고 출산을 하면 신생아를 의뢰인에게 데려다준다. 가장 일반적인 의미의 ‘대리모’ 유형이다. 의뢰인 남편의 정자는 있고 부인의 난자가 생성되지 못하면 난자 매매를 알선한다. 난자 제공 여성에게서 난자를 채취해 배아를 만들어 그 여성이나 또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난자만 제공한 경우 대리모라고 부르진 않는다. 난자 제공자는 난자 배출을 촉진하는 과배란 주사를 맞아야 한다. 대리모 역시 배아 이식 시술 전에 자궁벽을 두껍게 해주는 약을 먹어야 한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결국 ‘사기꾼’이 되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김씨는 난임·불임 부부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고 최선을 다했다. 한 의뢰인 부부의 대리모를 알선해 쌍둥이를 출산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난자 제공자와 대리모를 구하기 어려웠다. 시술해도 임신까지 성공하는 경우가 워낙 드물다 보니 계약 이행률이 떨어지며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돈이 급한 김씨는 대리모 의뢰 계약을 동시다발로 체결하며 무리를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 의뢰인의 요청으로 김씨가 직접 대리모로 나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김씨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계약금을 반환해야 할 때 새 의뢰인한테 받은 계약금으로 돌려막았다. 먼저 입금된 계약금은 생활비 등으로 이미 사용해버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돌려막기 변제’의 악순환 고리가 쌓이고 쌓여 29차례에 이르게 됐다. 김씨는 대리모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일당 15만원에 얼굴만 보여주는 아르바이트 여성을 구해 의뢰인과의 면담 자리에 데리고 나가 대리모가 있는 것처럼 속인 적도 있다. 대리모가 임신했다고 거짓말한 뒤 성장 단계별로 조작한 태아 초음파 사진을 수시로 보내 수개월 동안 의뢰인이 믿게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비 등 각종 명목으로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타냈다. 한 60대 남성의 의뢰 건은 아무 일도 진행하지 않고 가상의 대리모가 임신에서 출산까지 했다고 속여 5천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 남성은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아기 이름도 짓고 유아용품까지 미리 사놨으나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부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2015년 5월 대리모 임신 및 출산을 알선해주겠다고 의뢰인을 속여 74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게 된다. 하지만 그 뒤에도 대리모 브로커를 그만둘 수 없었다. 의뢰인의 계약금을 돌려막다 보니 각 계약 건이 쇠사슬처럼 연결돼 있어 일을 중단하면 전 의뢰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할 게 뻔했다. 2013년부터 3년간 김씨가 대리모를 알선한 것은 모두 35건이다.

대리모 의뢰인과 브로커가 작성하는 대리모 계약서 양식.
대리모 의뢰인과 브로커가 작성하는 대리모 계약서 양식.
2016년 제보를 받은 경찰이 본격적으로 김씨를 수사했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결과, 김씨가 대리모 알선을 시도한 35건 가운데 9건(의뢰인 9명, 피해액 2억4천만원)이 ‘사기’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를 받을 당시 김씨는 한 의뢰인 부부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김씨는 그 의뢰인한테 돈 대신 먹고살 만한 가게를 차려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김씨는 2017년 출산했고, 이후 검찰은 그를 기소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내가 대리모 관련 일을 그만두려면, 그분의 대리모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출산 뒤 다시 피해액 변제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지난 2월 김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사기 혐의 외에 난자 매매 알선으로 인한 생명윤리법 위반이 적용됐다.

30대 박씨, 김씨와 대리모 계약
1년간 수차례 시술받았지만 다 실패
결국 300만원 받고 난자만 제공
건강 악화해 병원비로 쓴 돈 더 많아

대리모를 하려는 사람들

30대 박진영(가명)씨가 대리모를 하기 위해 브로커 김씨를 만나게 된 건 생활고와 심각한 생리통 탓이었다. 회사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병원에서 ‘출산하면 호르몬 변화로 호전되는 사례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씨는 구글에서 생리통을 검색하다 브로커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를 알게 됐다. 박씨는 김씨를 만나 대리모를 세 차례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첫 계약 건은 2015년 10월 진행됐다. 박씨는 브로커 김씨의 지시를 받고 대전의 한 병원으로 갔다. 의뢰인 부부의 배아 이식 시술을 두 차례 했다. 시술은 10분 정도 걸렸지만 2~3시간 병원에서 안정을 취한 뒤 귀가해야 했다. 이식은 모두 실패했다. 진료비와 검사비는 의뢰인 부부가 냈다. 브로커 김씨가 차비로 50만원, 수고비로 50만원을 보내왔다.

2016년 1월 한 기업 회장의 딸 부부 의뢰 건이 연결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배아 이식 시술을 두 차례 받았다. 시술은 이번에도 실패했다. 두 달 뒤인 2016년 3월 의사 이주현(가명)씨 부부의 배아 이식 시술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두 차례 진행했다.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브로커 김씨는 “두 번째 시술에서 대리모 박씨가 임신을 했다”고 의사 부부를 속여 병원 검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박씨는 이 사실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았다. 박씨는 “브로커 김씨가 설마 의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2016년 6월 또 다른 의뢰인의 배아 이식 시술을 한 차례 더 받았으나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2016년 8월 박씨는 브로커 김씨의 요청으로 한 차례 더 대리모로 나섰다. 그런데 의뢰인 부인의 난자 채취가 어려웠다. 브로커 김씨는 박씨에게 난자 제공을 요청했다. 대리모는 처벌하는 현행법이 없지만, 난자 매매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박씨는 이를 거절했다. 김씨는 난자를 제공하고 출산까지 해주면 미국에서 영주권을 얻어 공부하고 지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박씨는 결국 난자를 제공하기로 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병원에서 난자를 제공했다. 이후 대리모 의뢰인 남편의 정자와 박씨의 난자로 배아가 만들어졌다. 이 배아를 박씨 자궁에 착상하려고 했으나 박씨 배에 복수가 차는 등 몸이 안 좋아 이식하지 못했다. 박씨는 난자 제공에 대해서만 김씨로부터 300만원을 받았다.

박씨가 2015년부터 1년여간 이 일을 하며 받은 돈은 모두 600여만원에 불과하다. 의뢰인 부부의 배아를 이식해 임신하고 출산까지 해야 그나마 몇천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박씨는 배아 이식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시술을 하며 인위적으로 여성호르몬 주사를 너무 많이 맞은 탓에 건강이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수술비와 치료비, 약값 등으로 수백만 원을 지출해,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았다.

김씨가 수사를 받게 되면서 박씨도 난자 매매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1심은 박씨에게 선고를 유예했다. 박씨는 남은 상급심 재판을 빨리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섣불리 대리모 세계에 뛰어든 당시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박씨 외에도 브로커 김씨가 의뢰인에게 알선한 대리모들은 대부분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이 일에 나섰다. 30대 대리모 엄수현(가명)씨도 그런 경우다. 대리모를 한번 하면 수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브로커 김씨와 연락이 닿았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김씨가 집요하게 설득해왔다. 의사 이주현씨를 만나 대리모를 하려는 시늉만 해달라는 브로커 김씨의 부탁을

받고 일당 15만원을 받고 연기를 하기도 했다. 이후 실제 대리모 의뢰인 부부의 배아 이식 시술을 한 뒤 임신했으나 유산했다. 엄씨도 김씨 수사 건과 관련해 경찰에 불려갔지만, 현행법 위반은 발견되지 않아 참고인 조사에 그쳤다.

난임인 한 의사, 김씨에게 대리모 의뢰
2천만원 먼저 주고 이식 시술 진행
임신 안 됐는데 김씨 “성공해” 거짓말
사기 의심 들었지만 믿고 싶은 마음 앞서

“지푸라기라도”…절박한 의뢰인들

브로커 김씨에게 대리모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의뢰인들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장애로 임신할 수 없는 딸을 대신해 대리모를 의뢰한 사업가, 농촌에 거주하는 50대 미혼 남성, 외동아들을 갑작스럽게 잃은 60대 부부, 암 수술 뒤 임신을 못 하는 여성, 시험관 아기 시술을 10여 차례 실패한 부부, 부인이 조기 폐경해 임신이 불가능해진 부부 등 아기를 간절하게 갖고 싶지만 출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30대 의사 이주현씨도 그런 의뢰인 중 한명이었다. 이씨는 자궁이 좋지 않아 임신을 못 했다. 2015년 11월 우연히 포털사이트 육아 카페를 통해 대리모 브로커 김씨와 연락이 됐다. 이들은 2016년 1월 직접 만나 대리모 계약을 맺었다. ‘한국인 대리모는 출산하면 임신 기간 중 태아와 정이 들어 아기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이씨는 외국인 대리모를 섭외하기로 했다. 외국인 대리모는 한국인보다 1천만~2천만원 싸다고도 했다. 총비용은 6천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씨는 계약서에 서명한 다음 날 계약금 2천만원을 우선 브로커 김씨에게 보냈다.

브로커 김씨는 “영국 출신 흑인 한명과 미국 출신 백인 한명을 소개해주겠다”며 그들의 신상과 출산 경력 자료를 이씨에게 상세히 알려줬다. 하지만 이씨의 마음이 바뀌어 다시 한국인 대리모로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브로커 김씨는 2016년 2월 대리모 박진영씨를 소개했다. 현재 혼자 살며 출산 경험이 한차례 있다고 했다. 사실 박씨는 출산한 적이 없었다. 이씨는 박씨에게 한 산부인과를 알려주도록 했고, 박씨는 이 산부인과에서 이씨 부부의 배아 이식 시술을 받았으나 일주일 뒤 검사 결과 임신이 안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달 뒤인 2016년 4월 이씨 부부의 2차 배아 이식 시술이 진행됐다. 대리모 박씨는 임신테스트기 확인 결과 이번에도 임신에 실패했다고 브로커 김씨에게 알렸다. 김씨는 의뢰인 이씨에게 “임신이 확인됐다”고 거짓말을 했고, 혈액검사에서 태아가 2명 이상인 것으로 나왔다고 속여 5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씨는 자신이 아는 병원으로 대리모 박씨를 데려와 달라고 브로커 김씨에게 수차례 요청했다. 김씨는 약속을 잡아놓고는 약속일이 되면 “대리모 박씨가 입덧이 심해 움직이기 힘들다” “박씨가 연락이 끊겼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해 6월 브로커 김씨가 “대리모 박씨가 출혈이 발생해 본인 마음대로 임신 중절 수술을 했다. 박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하겠다”고 의뢰인 이씨에게 알렸다. 이씨는 김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이후에도 김씨의 거짓말은 이어졌다. 레베카, 도로시 등 외국인 대리모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속여 계속 돈을 요구했다.

김씨의 거듭되는 거짓말에도 이씨는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김씨에게 다시 대리모 소개를 요청했다. 2016년 9월 김씨는 대리모 지원자라는 엄수현씨를 이씨에게 데리고 갔다. 엄씨가 쌍둥이는 힘들다고 해 계약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후 김씨는 대리모 두 명을 더 소개해주겠다고 했으나 약속 날짜를 지키지 않았다. 엄씨는 얼마 뒤 이씨에게 전화해 “김씨가 15만원을 주며 ‘대리모 하려는 뜻이 있는 척만 하라’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2016년 10월 체포된 김씨가 이씨에게 연락해왔다.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른 대리모를 구해주겠다고 했다. 이씨는 한 가지만 꼭 사실을 말해달라며 물었다. “앞서 배아 이식 시술에 성공했다고 한 대리모 박진영씨가 임신한 거는 사실이었나요?” 김씨가 말했다. “사실이 아닙니다.”

이씨는 브로커 김씨와 일을 진행하던 중 여러 차례 사기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아기를 갖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김씨의 말이 사실이길 믿고 싶었다. 그렇게 10개월을 김씨에게 끌려다녔다. 여러 차례 진행된 난자 채취로 이씨의 몸도 상했다. 놓고 싶지 않던 작은 희망도 사라졌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서”…서울 도심 거리 메운 10만 촛불 1.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서”…서울 도심 거리 메운 10만 촛불

[영상] ‘윤 대통령 거부권’에 지친 시민들의 촛불…“광장 민심 외면 말라” 2.

[영상] ‘윤 대통령 거부권’에 지친 시민들의 촛불…“광장 민심 외면 말라”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소위 통과에…KBS 직능단체 “환영” 3.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소위 통과에…KBS 직능단체 “환영”

음주 측정 거부·이탈 뒤 2주만에 또…만취운전 검사 해임 4.

음주 측정 거부·이탈 뒤 2주만에 또…만취운전 검사 해임

오세훈, 동덕여대 시위에 “기물 파손, 법 위반”…서울시장이 왜? 5.

오세훈, 동덕여대 시위에 “기물 파손, 법 위반”…서울시장이 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