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2월1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모습(사진 왼쪽)과 서울 강남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유흥업소와의 유착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던 서울 강남경찰서가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기존 방식과 다른 ‘공개모집’ 형태로 새 직원을 뽑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보직 간부 외에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근무자를 모집하는 건 경찰 역사상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경찰 내부망에 강남경찰서장 명의로 ‘강남경찰서 근무를 희망하는 경감급 이하 ○○명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직원 공개모집 공고를 올렸다. 17일까지 접수하는 이번 모집에서 현재 징계를 받은 상태이거나 징계 의결이 요구된 경찰은 응모 자격이 제한된다.
사상 첫 ‘강남경찰’ 공개모집은 경찰청이 지난 4일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강남경찰서를 ‘제1호 특별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조처다. 특별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최대 5년 동안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전·출입 대상자가 결정되며, 소속 경찰관들의 30~70%가 ‘물갈이 인사’로 교체될 수 있다.
경찰은 비리 등으로 쇄신 차원의 ‘물갈이 인사’가 예고된 강남경찰서에서 공개 모집을 통해 새로 전입하는 직원 가운데 징계전력이 있는 ‘문제 경찰’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까지 구체적인 전·출입 대상자 수가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일이 없는 사람을 선별하고,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공모에도 불구하고 강남경찰서 근무 희망자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버닝썬 사건 이후 강남경찰서 근무는 ‘잘 해야 본전’이라는 조직 내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강남경찰서 소속 직원들도 ‘새로 들어올 사람이 충분하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사실 저희도 들어올 사람이 없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게 가장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서울지방경찰청은 경무부장과 인사계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5일 강남경찰서에서 현장 경찰들의 인사 관련 고충을 상담하는 1:1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99%의 ‘강남경찰’은 청렴한데 1%의 ‘부패경찰’ 때문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되다 보니, 인사 실무자들이 개별 상담을 해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남경찰서의 새로운 시도를 놓고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버닝썬 사건 이후 ‘강남경찰’을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 시점에 자발적으로 근무를 지원한 경찰관이라면, 비리나 유착 근절을 더 신경 쓸 것으로 본다”며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는 내부 감사제도 대신 미국처럼 법조인·교수·시민사회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위원회가 경찰 비리 문제를 심사, 의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강남경찰’이 국민들에게 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실제 경찰들의 비위 행위가 줄어들 것인지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의 한 경찰은 이번 조처에 대해 “유흥업소에서 ‘용돈’받는 일이 만연했던 과거에는 강남경찰서가 인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기피하는 경찰서가 됐고 강남의 ‘ㄱ’자만 써도 (끌려)간다는 농담이 있다”며 “공모라는 극단적인 조처에도 다시 유착 문제가 불거지면, 그땐 정말로 강남경찰서 해체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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