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정아무개(62)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의 ‘허위 사실의 적시’와 허위의 인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은 2015년 10월 천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취지의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냈다. 그의 기고문에는 “1991년 천 화백이 미인도 포스터를 보고 위작으로 주장했다”, “미인도는 천 화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국근대회화선집에 수록됐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천 화백의 유족은 “미인도는 가짜인데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다.
2016년 검찰은 5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결론 내리며 바르토메우 마리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관계자 5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말했다며 허위사실에 의한 사자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허위 사실을 적시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 내지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인도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있을 뿐 망인의 사회적, 역사적 평가를 저하하는 명예훼손적인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2심도 “피고인의 주장을 서술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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