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이를 숨기기 위해 좌천성 인사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2심에서도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성복)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검사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검사 인사권을 사유화하고 남용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렸다”며 “서지현 검사는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본질과 무관한 쟁점으로 검사로서의 명예가 실추되는 등 큰 정신적 고통을 입어 엄중한 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 전 검사장은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검사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추행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 일이 불거지면 검사로서 승승장구한 본인 경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서 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사직을 유도하거나 검사로서의 평가에 치명타를 가하려는 동기가 있던 것으로 평가된다”며 성추행 및 서 검사에 대한 인사배치 지시를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안 전 검사장은 지난해 서 검사의 폭로 뒤 언론 보도를 접하기 전까진 성추행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건 이후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 참여했던 임은정 검사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당사자만 서 검사가 (피해를) 공개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는 주장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서 검사의 통영지청 배치도 안 전 검사장 지시에 따른 결과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당시 검찰 인사담당 신아무개 검사는 “지시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으로 서 검사를 통영에 배치했다”, “서 검사의 세평과 보직 평가도 고려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 진술의 신빙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5년 8월 검찰 인사위원회 직후 애초 통영지청에 배치될 예정인 최아무개 검사와 서 검사의 인사가 바뀌던 때 신 검사의 행동을 지적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인사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던 최 검사에게 통영 배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직전 인사에서 소규모 지청에 배치됐던 서 검사의 의견은 청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 검사와 서 검사의 인사는 실무자인 인사담당 검사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 서 검사에 대한 공식적 세평은 존재하지 않았고, 보직 평가와 관련된 주장도 인사의 합당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동일하게 안 전 검사장이 인사 담당 검사에게 부당 인사를 지시한 점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인사 담당 검사에게는 직무 집행 기준과 절차 등 고유 권한과 역할이 있다”며 안 전 검사장이 그러한 원칙을 위반하는 ‘의무 없는 일’을 지시했다고 봤다.
안 전 검사장은 항소심에서 줄곧 “검찰 수사 보고는 사실을 왜곡했다”, “성추행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인사 보복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심 때와 달리 2014~2015년 검찰 인사를 담당한 검사와 장례식장에 함께 있었던 검사 등을 증인으로 불렀다. 그는 지난 결심 공판에서 “장례식장에 갔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 몸조차 가누지 못한 상황에서 불편을 끼쳤을 것 같다. 그 점은 (서 검사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검사는 지난 5월 자신의 성추행 피해와 관련해 2차 가해를 가한 검찰 인사 세 명을 고소한 상태다. 서 검사는 성추행 피해를 알렸음에도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을 직무유기로, 서 검사의 ‘미투’ 폭로 의도를 ‘인사 불만’으로 폄훼한 당시 법무부 대변인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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