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소비자주권운동, 내달부터 <조선일보> 광고 불매운동
〈조선일보〉에 광고한 기업들 제품 불매 선언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불매운동 일부 유죄
언소주 “잘못된 정치적 재판…판례 바꿀 것”
청와대엔 조선일보 폐간 국민청원…13만 동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조선일보〉을 향한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가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일본어판 기사 제목을 달거나 일본 정부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하는 기사를 써내는 등 국익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일 시민단체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은 “오는 8월12일부터 〈조선일보〉 광고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매주 〈조선일보〉에 광고를 많이 게재한 기업 3곳을 선정한 뒤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해당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불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언소주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양국 간 경제 전쟁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 와중에 〈조선일보〉는 오히려 한국 정부와 국민을 때리고 있다”며 “한국 언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본 정부에 치우친 보도를 하는 것에 반발해 불매운동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태봉 언소주 사무처장은 2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부당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조선일보〉는 되레 일본의 주장을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불매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신문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광고이기 때문에 절독운동은 큰 효과가 없을 거라고 판단해 광고주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조선일보〉 불매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언소주는 지난 2008년 〈조선일보〉 등이 광우병과 관련해 왜곡보도를 한다며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였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에 대해 2013년 8월 법원은 광고주에 대한 업무방해는 성립하지만, 신문사에 대한 업무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언소주는 당시 법원의 판결이 ‘정치적 판결’이었다고 비판하며 2008년과 유사한 방식으로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무처장은 “당시 광고주에 대한 업무방해 유죄가 난 것은 소비자들의 권리인 불매운동에 죄가 있다고 본, 유례없는 잘못된 판결이었고 정치적 재판이었다”며 “이후 소비자 운동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 이번 불매운동이 문제가 된다면 다시 제대로 재판을 받아 판례를 바꾸고 싶다”고 밝혔다.
불매운동을 넘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조선일보〉 폐간을 요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난 11일 ‘일본 극우여론전에 이용되고 있는 가짜뉴스 근원지 〈조선일보〉 폐간 및 〈TV조선〉 설립허가 취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선일보〉를 폐간하고 〈TV조선〉의 개국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원인은 글에서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이고 언론사는 권력을 견제하는 자로서 보도의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도 “〈조선일보〉의 경우 보도의 자유를 빙자해 거짓뉴스로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고, 적대시하는 정치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뉴스도 서슴지 않고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2일 오후 4시 현재 13만6000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누리꾼 등은 ‘조선일보가 수출규제의 책임을 한국 정부 탓으로 돌리고 국내 여론을 일본에 왜곡시켜 전달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조선일보〉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처와 관련한 일본어판 기사 제목을 한국 기사보다 자극적으로 단 일이 결정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치 ‘일본의 한국 투자 1년새 -40%, 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 기사를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라는 제목으로, 지난 15일치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라는 사설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국민의 반일감정에 불을 붙인 한국 청와대’라는 제목으로 교체해 일본어판에 실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조선일보〉는 이제 과감히 버리자”(@god****) “일본의 반한감정을 악화시켜서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이 〈조선일보〉에 없다고 할 수 없을 것”(@mat******)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