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꾹 다문 채 옛 주한 일본대사관 터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에 빗물이 눈물처럼 고였다. 그러나 수십년 전 힘을 앞세운 일본에 끌려갔던 소녀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1398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지난달 31일 낮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로는 장맛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대에 나선 시민과 청소년들로 가득 찼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보복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2일 문재인 대통령은 “도전에 굴복하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오늘의 위기에서 시선을 돌려 우리 국민이 새로 써나갈 역사의 다음 장을 담대히 바라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