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의 국정농단 상고심을 연다. 왼쪽부터 박 전 대통령, 최순실, 이 부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29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의 국정농단 상고심을 연다. “삼성이 겁박당한 뇌물 사건”(이 부회장 2심)과 “승계지원 목적 부정한 청탁이 오고 간 뇌물 사건”(박 전 대통령 2심)으로 판이하게 갈렸던 사건의 성격이 대법원에서 통일된다.
이번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다. 특검과 검찰은 삼성이 최씨 쪽에 건넨 뇌물 가운데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단순 뇌물죄와 달리 제3자 뇌물죄는 뇌물을 수령한 이가 제3자인 만큼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엄격하게 입증돼야 한다.
지난해 8월24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 2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에 포괄적 현안으로서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으로 면담하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하는 데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영권 승계작업 뿐만 아니라 엘리엇 등 외국 자본의 공세에 맞선 경영권 방어, 바이오사업 지원 등 개별 현안에 대해서도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해 2월5일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개별 현안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면담 사실을 기록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두고서도, 두 재판부는 “일부 있다”와 “없다”로 판단이 갈렸다.
지난해 2월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또 다른 쟁점은 이 부회장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승마지원금 중 말 3마리 구입비 34억여원을 뇌물로 볼 것인지 여부다. 승마지원금은 양쪽 1·2심에서 모두 뇌물로 인정됐지만, 재판부마다 인정 범위가 달랐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말 구입비를 포함해 87억여원(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여원 포함)을 뇌물로 인정했다. 반면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며 말 3마리 구입비 등을 제외한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뇌물액수가 50억 미만으로 내려갔고, 이 부회장에게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등에 한해 선고될 수 있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만약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하면, 이 부회장은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 뇌물액수가 늘어나면 1심에서처럼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았다고 결론이 나오면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되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파기환송심에서 뇌물수수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으나, 8월 2심에서 일부 뇌물 혐의가 추가돼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으로 형이 늘었다. 최씨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8월 2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일부 뇌물 혐의가 추가돼 징역 20년, 벌금 200억원이 선고됐다. 이 부회장은 2017년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뇌물액이 줄면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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