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5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닝썬 수사 결과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버닝썬 사건’ 이후 지역 치안정책을 수립하는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가 경찰과 지역인사들의 유착 통로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서울 지역 경발위원 10명 중 6명은 자영업자·기업 임직원·의료인 등 치안정책과는 무관한 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버닝썬 사건 당시 클럽 버닝썬 투자사 대표가 강남경찰서 경발위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정인화 의원(무소속)이 14일 분석한 서울시내 경찰서 경발위 구성 현황을 보면, 일선 경찰서 28곳에 위촉된 693명의 경발위원 중 59.2%인 410명은 자영업자·기업 임직원·의료인 등 지역사회의 ‘유력인사’들이다. 가장 많은 숫자인 142명(20.5%)이 자영업자였고 기업 임직원(135명), 의료인(133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학교·학원가 등의 치안정책과 밀접한 교육종사자 위원은 40명(5.8%)에 불과했고, 법률 자문과 관련된 변호사 위원은 23명(3.3%) 뿐이었다. 경찰서 별로 보면, 중랑경찰서의 경우 19명의 위원 중 16명이 개인 자영업자·기업 임직원·의료인이었고 도봉경찰서의 경우 22명 중 18명이 이들 직종에 해당했다.
앞서 버닝썬 사건 뒤 경찰의 경발위원 명단 비공개에 ‘깜깜이 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청은 지난달 23일 경발위 운영규칙을 개정해 성별·직군·나잇대 등 경발위의 인적 구성 정보 일부 공개를 결정했다. 서울시내 경찰서 31곳 중 3곳(구로·송파·성동경찰서)은 준비중이라는 이유로 아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나잇대와 성별로 따져봐도 ‘쏠림’ 현상은 심각했다. 693명 중 50~60대가 594명(85.7%)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20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30대도 5명으로 0.7%에 그쳤다. 성별도 남성이 57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사실상 경발위가 지역 사회에 자리를 잡은 50~60대 남자 사장님의 사교모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인화 의원은 “경찰발전위원회 인적현황을 살펴보면 지역 유력인사만 참가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유착 창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합리적인 치안정책을 만들겠다는 경찰발전위원회 본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그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여전히 위원 이름과 소속 업체단체명 등은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비공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위원 정보가 모두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