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회원들이 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세월호 참사 당일 바다 위에서 구조된 뒤 한때 맥박이 돌아온 단원고 학생 임아무개군이 해양경찰청 지휘부 지시로 헬기 대신 배로 옮겨진 정황이 기록으로 드러났다. 해경 지휘부 지시로 임군을 배로 이송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한겨레>는 참사 당시 구조 지휘함(OSC)를 맡았던 해경 3009함과 목포해경 상황실 관계자가 개별적으로 주고받은 ‘상황정보 문자시스템’(코스넷) 기록을 입수했다. 이 기록은 앞서 <한겨레>가 공개한 세월호 구조 관련 전체 코스넷 대화방 기록과는 별개다. (
▶관련 기사 : [단독] ‘세월호 학생 맥박 회복’ 해경 통신망에 언급 없었다) 코스넷은 대화방 형식으로 여러 명이 참여해 정보를 공유할 수도, 개별적으로 일대일 대화방을 만들어 문자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코스넷 기록을 보면, 목포해경은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후 6시27분께 3009함에 “1010함에(서) 인양한 시신 이송 계획은 있는가요”라고 묻는다. 이에 3009함은 “잠시 대기 지휘부 지시받겠습니다”라고 답변한다. 3009함이 구체적으로 지시받을 지휘부가 누구인지 특정하진 않았지만, 김석균 해경청장 등 해경 수뇌부를 지칭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시 김 청장과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은 3009함에 타고 있었다. 3009함과 목포해경의 코스넷 대화는 해경 응급구조사가 한창 임군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응급헬기 이송을 기다리고 있을 때 이뤄졌다. 하지만 코스넷 대화가 있은 지 8분 만인 이날 오후 6시35분께 3009함 조타실에서는 “피(P)정(경비정)이 올 것”이니 임군을 P정으로 옮기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임군을 배로 옮긴다는 해경 지휘부의 판단 이후 조타실에서 이런 지시가 내려왔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임군은 결국 이날 오후 6시40분께 P22정으로 옮겨지고, 20분 뒤인 오후 7시에는 P112정으로 다시 옮겨진다. 김 청장과 김 서장도 이때까지 3009함에 머무르다 김 청장은 오후 7시에 헬기 비(B)517기를 타고 배를 떠났고, 김 서장은 오후 7시10분 단정을 타고 배를 떠났다. 갑자기 임군을 인수하게 된 P112정 역시 3009함과 코스넷으로 일대일 대화를 시도한다. 이날 오후 7시1분 P112정은 3009함에 “1구 인수받았는데 사망선고 여부 확인 바랍니다”라고 묻는다. 응급구조사들이 계속 임군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망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009함은 “(임군을) 513함에 인계바랍니다. (임군을 구조한 1010함) 단정에서 인양한 사체를 바로 인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한다. P112정의 항박일지를 보면, 3009함의 이같은 답변이 있은 지 10여분만인 이날 오후 7시15분에 “P22정으로부터 인수받은 환자 1명 심폐소생술 중단”이라고 적혀있다. 임군은 그 뒤 다시 P39정으로 인계된 뒤 밤 10시5분에야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스넷 자료를 통해서 해경 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임군이 배로 이송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만큼 3009함이 언급한 지휘부가 정확히 누구를 의미하는지, 임군의 맥박이 돌아온 사실을 알고도 배를 통한 이송을 결정한 것인지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이와 더불어 해경 지휘부가 임군의 맥박 등 바이탈사인(활력징후)이 돌아온 사실을 외부에 전파하지 못하도록 은폐한 것인지, 코스넷이나 티아르에스(TRS·주파수공용통신) 기록 등이 조작된 것은 아닌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
정환봉 권지담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