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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페미니스트 작가 또 퇴출…게임업계 ‘블랙리스트’ 논란

등록 2019-11-18 15:11수정 2019-11-18 20:39

‘메갈리아’ 티셔츠 입은 성우 교체한 ‘넥슨 사태’ 이후 3년
넥슨 성우 지지한 작가 참여했다고 게임 불매 항의 빗발

게임업체 “논란 작가 리스트 제외했는데 미흡” 사과에
‘페미니스트 작가 블랙리스트 실재하나’ 논란 불붙어
ㅌ스튜디오 게임 카페 화면 갈무리.
ㅌ스튜디오 게임 카페 화면 갈무리.

한 게임업체의 외주 일러스트 작가가 과거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아 퇴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게임업체 넥슨의 게임에 목소리를 입힌 여성 성우 김자연씨가 소셜미디어에 ‘메갈리아’(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커뮤니티)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퇴출된 ‘넥슨 사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게임업계의 ‘사상검증’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 제작업체인 ㅌ스튜디오는 17일 공식 카페에 글을 올려 외주 일러스트 작가 ㄱ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3년 전 넥슨 성우 김자연씨를 지지하는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게임 이용자들에게 사과했다. ㅌ스튜디오는 “외주 전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 리스트를 찾고 그 작가들을 제외하고 섭외했는데 민감한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선정이 되지 못했다.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이날 ㄱ씨와의 작업을 중단하고 그가 그린 일러스트도 교체하기로 했다.

ㄱ씨는 앞서 2016년 트위터에 넥슨 사태와 관련해 “#김자연성우를_지지합니다 #넥슨_보이콧”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사실이 이용자들 사이에 뒤늦게 알려진 뒤 ㅌ스튜디오의 공식 카페에 “‘메갈’ 게임 탈퇴합니다”, “사과하라” 같은 항의글이 30여개 올라왔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게임업계의 사상검증 문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ㅌ스튜디오가 사과문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 리스트를 찾아 그들을 제외하고 섭외한다”고 밝힌 대목과 관련해, 게임업계에 페미니스트 작가 등의 명단을 추린 ‘블랙리스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트위터에서 “특정 이슈에 공감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가 당신을 쫓아내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S1De******) “여성주의 관련 언급을 한 사람은 배제한다고 선언하다니. 반인권이고 노동권 탄압 아닌가”(@inly****) 라고 지적했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게임업계 일러스트레이터/웹툰 작가 페미니스트 사상검증 블랙리스트 피해 복구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여성주의적 발언을 하거나 관련 이슈에 ‘좋아요’를 누른 것만으로 사이버 불링을 받는다. 기업은 일부 남성 유저의 반발을 그대로 수용한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관련 일이 끊겨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1시 기준 이 청원에는 2500명가량이 참여했다.

업체 쪽은 이용자들의 반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항의가 굉장히 많았는데 이런 반응 자체가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선 “작가 리스트가 업계에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례들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찾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게임업계의 이같은 사상검증 바람은 2016년 넥슨 사태 뒤 본격적으로 불었다. ‘넥슨 사태’는 2016년 7월 넥슨의 게임 ‘클로저스’ 제작에 참여한 성우 김씨가 에스앤에스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캐릭터 음성이 교체된 사건이다. 김씨뿐 아니라 그를 지지한 동료들과 웹툰 작가들까지 이른바 ‘메갈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고, 각종 악성댓글과 인신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2018년에도 <소녀전선>, <소울워커>, <벽람항로> 등에서 캐릭터와 일러스트가 잇따라 교체됐는데, 모두 해당 작가에 대해 ‘메갈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관련 기사: [단독] 게임업계 ‘메갈 사냥’ 광풍 속 여성작가들 뭉쳤다)

단지 페미니즘 관련 글이나 김자연 성우를 응원하는 글 등을 올렸다는 이유로 밥줄이 끊긴 이는 ㄱ씨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ㄱ씨처럼 게임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계약한 회사로부터 교체당한 작가 6명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에 콘텐츠불공정행위를 신고하기도 했다. 이들 중 5명은 올 2월 회사의 불공정행위를 인정 받았다. 콘진원은 각 회사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성향 등의 이유로 신고인과 용역계약체결을 거부하거나 신고인을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와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고 권고했다. 김희경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은 “대부분 이런 피해를 당한 분들은 국내 일은 거의 끊긴 데다 추가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많이 위축돼 있다. 일부 남성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사이버불링(괴롭힘)도 문제지만, 결국 기업이 그런 항의를 받아들이는 게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김민제 강재구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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